[주말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54) 검독수리

‘하늘의 제왕’ 치열한 먹이 쟁탈전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대형 맹금류

시속 240㎞ 날아 단숨에 먹이 낚아채

기사입력 : 2024-12-26 21:06:15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엔 겨울이 되면 다양한 맹금류가 찾아와 머문다.

올해는 특히 보기 드문 대형 맹금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수리, 흰꼬리수리, 그리고 독수리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겨울 사냥터를 장악하려는 듯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검독수리(오른쪽)가 흰꼬리수리와 싸우고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검독수리(오른쪽)가 흰꼬리수리와 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은 멸종위기종인 검독수리다.

검독수리는 수컷 몸길이 81.5㎝, 암컷은 89㎝에 이르고 날개를 펼치면 167㎝에서 213㎝에 달한다.

머리와 뒷목은 황갈색을 띠고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이다. 날개를 넓게 펼치고 하늘 높이 활공하는 모습은 단연 눈길을 끈다.

높은 하늘에서 사냥감을 정밀하게 관찰하다 시속 240㎞ 이상으로 급강하하며 먹잇감을 낚아채는 사냥 솜씨는 경이롭다.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인 검독수리가 날개를 넓게 펼치고 활공하고 있다.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인 검독수리가 날개를 넓게 펼치고 활공하고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민물가마우지 수천 마리가 월동한다. 이들은 저수지 내 왕버들 군락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먹이를 찾아 저수지와 낙동강 수계로 날아간다. 그런데 최근 민물가마우지들이 잠자리를 옮겼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검독수리가 이곳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독수리는 저수지 전체를 선회하며 사냥터를 점검하더니, 왕버들 군락에서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를 낚아챘다.

몸집이 거의 비슷한 민물가마우지를 사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맹금류의 위엄을 보여준다.

검독수리가 민물가마우지를 사냥한 뒤 나뭇가지에 고정시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검독수리가 민물가마우지를 사냥한 뒤 나뭇가지에 고정시키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사냥한 먹이는 나뭇가지에 고정시키고 머리부터 뜯어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는 동안 까치 떼가 몰려와 검독수리를 괴롭힌다. 게다가 흰꼬리수리가 나타나자 검독수리는 먹이를 놓쳐버리고, 화풀이로 흰꼬리수리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검독수리는 우리나라 내장산, 천마산, 두타연, 동강 등에서 번식한 기록이 있지만, 최근에는 번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높은 절벽이나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이를 여러 해 동안 보수하며 사용한다.

둥지는 매년 크기가 커져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제주도에서는 연중 관찰되며 겨울철에는 전국 산악지대와 개활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천연기념물인 검독수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검독수리를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 아름다운 맹금류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기를 바라며,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이 이어지길 바란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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