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11) 통영 ‘동피랑전복마을’·식물카페 ‘버터박스’

통했다, 영롱한 맛

기사입력 : 2024-12-27 08:09:47

한산대첩·통제영 역사 깃든 통영서
김일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와 미식 나들이
‘영양만점’ 전복돌솥밥·버터구이 맛보고
버터 들어간 디저트·음료로 ‘행복한 시간’
카페에 전시된 식물보며 힐링도

문화도시 통영시 전경. /통영시 제공/
문화도시 통영시 전경. /통영시 제공/

통영은 한산대첩의 정신과 300년 통제영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도시다.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사업의 일환으로 공예와 민속예술, 디자인, 영화, 미식, 문학, 미디어아트, 음악 미디어를 중심으로 각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창의도시를 선정한다. 통영시는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 10번째로 2015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가 되었다.

국제적 문화도시로 발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한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통영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및 국제축제도시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제의 발전은 곧바로 통영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수산업의 퇴조와 함께 활기를 잃어가던 통영이 문화 관광의 도시로 20여 년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기일에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변모하였다. 통영국제음악제를 계기로 세계적인 음악 중심의 문화예술 관광의 도시, 남해안의 중심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 대표이사로부터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기획공연을 하는 ‘박유신 첼로 리사이틀’에 초대받았다. 통영의 맛집 탐방과 첼로의 중후하고 우아한 선율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한층 매료된 날이었다.

전복요리전문점 ‘동피랑 전복마을’의 전복버터구이.
전복요리전문점 ‘동피랑 전복마을’의 전복버터구이.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김일태 시인= 김일태 대표는 창녕 출신으로 1983년 마산MBC에 입사한 이래 40여 년간 방송인, 문화사업 기획자, 공연 연출자로 활동하고 있다. 199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부처고기〉, 〈파미르를 베고 누워〉 등 10권의 시집을 냈으며, 창작 가무악 〈백월이 중천하여〉, 〈칸타타-고향의 봄〉 등 대본을 집필하였다. 경남문인협회장, 창원예총회장, 창원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이사, 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 이원수문학관 관장 등으로 활동한다.

김일태 대표는 마산MBC에서 PD로 재직하던 1998년 윤이상 타계 3주기를 맞아 선생을 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로 ‘통영이여 나의 조국이여’를 제작하였다. 국내 최초로 윤이상에 관한 특집 방송을 제작한 인연으로 김승근 서울대 음대교수와 함께 2000년 통영현대음악제,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2003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사회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업적과 언론 대응과 홍보에 관한 전문적 역량과 지역과 시민들에 대한 이해도, 재단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 등을 높이 평가해 2024월 3월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로 선임하였다. 통영국제음악당은 클래식 음악전문 콘서트홀로서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의 핵심 공간으로 통영국제음악제 여정은 윤이상 선생의 고향은 물론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과 궤도를 같이한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조기에 국제적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통영을 다녀간 힘이 크다. 김일태 대표는 재단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자체적인 기획력과 내부적 역량 강화로 재단 기능을 확대하고 사업의 다각화와 자체 수익 구조를 개선하여 자생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또한 통영 지역의 관광산업육성과 결합하여 경제 효과 창출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전복요리전문점 ‘동피랑 전복마을’의 전복버터구이.
전복요리전문점 ‘동피랑 전복마을’의 전복버터구이.

◇전복요리전문점 ‘동피랑 전복마을’= 김일태 대표는 필자가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창원문인협회 입회할 당시 창원문인협회 회장이셨다. 그리고 2020년부터 3년간 이원수문학관 상주작가로 근무하면서 이원수문학관 관장으로 삶과 문학에 있어 멘토가 되어 준다.

볼거리 많고 먹거리도 많은 통영,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우리는 점심 먹으러 간다. 통영의 자랑 굴요리와 전복요리로 남녀노소 현지인도 줄 서서 먹는 로컬 맛집으로 동피랑전복마을로 갔다. 통영시 해송정 2길 29 대풍관 2층이다.

우리는 예약을 확인하고 약속한 12시에 맞춰서 입장을 하라는데 벌써 대기번호 17번까지 찍혀 있다. 주말이라 여행객이 많은 탓인지 줄 서 있는 인파에 너무 놀랐다. 대기자는 입장 시간에 맞춰 전화를 드린다며 대기시간은 10팀에 약 20분이 소요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토록 대기 줄을 선다는 것은 가성비에 맛까지 저격한 취향 저격이란 이야기다. 소비자의 입맛은 냉정하다. 여기서 창원문협 문우를 만났다. 세상은 좁고 맛집은 한정적인가. 타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동피랑 전복마을’ 전복돌솥밥.
‘동피랑 전복마을’ 전복돌솥밥.
‘동피랑 전복마을’ 서비스물회.
‘동피랑 전복마을’ 서비스물회.

우리는 전복 돌솥밥세트와 전복죽세트를 주문하였다. 세트 메뉴에는 공통으로 굴전, 생선구이가 나온다. 주문받는 이가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조금 후 물회가 나왔다. 현지인을 위한 서비스로 소면이 들어있는 오징어 물회다. 쌀쌀한 날씨지만 시원하고 칼칼한 자연의 맛 육수가 상큼하다. 얼음을 띄우지 않은 육수가 슬러시 같다. 곁들인 야채와 먹으니 새콤달콤 매콤하다. 외지인은 어쩌다 한번 다녀가겠지만 현지인은 자주 접하니 단골에 대한 예우인 것 같다.

‘동피랑 전복마을’ 굴,홍합,오징어 들어있는 해물전.
‘동피랑 전복마을’ 굴,홍합,오징어 들어있는 해물전.

전은 따뜻해야 맛있다. 갓 구워 나온 바싹하고 촉촉한 겉바속촉 그 자체 해물전이다. 전은 굴, 홍합, 오징어가 들어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기가 압권이다. 단품 메뉴가 있다면 주문해서 먹을 만큼 맛있다. 통통한 한입 크기로 동그랑땡 모양으로 나와 집어먹기 좋다. 무생채 초무침은 아삭한 식감으로 미나리를 곁들어 새콤달콤하다. 흰쌀밥에 비벼 먹어도 밥 한 그릇 뚝딱하겠다.

‘동피랑 전복마을’의 녹진한 전복죽
‘동피랑 전복마을’의 녹진한 전복죽.

밥보다 죽이 먼저 나왔다. 전복죽은 녹진하니 양도 많고 윤기 흐르는 밥알이 식욕을 자극하는 농밀한 맛을 자아낸다. 깊고 진한 맛으로 속이 편안하고 건강한 보양식 그 자체다. 전복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관절과 면역체계 강화와 피로회복에 좋다. 또한 간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회복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음식 중 하나다.

전복돌솥밥은 전복, 단호박, 양파가 들어있다. 눈으로 맛보는 영양만점 쫀득한 전복이 고소한 맛으로 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통통한 전복이 듬뿍듬뿍 들어있는 솥밥을 밥공기에 들어낸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김가루를 밥에 얹어 양념간장과 슥슥 비벼 먹으면 전복의 풍미와 함께 밥도둑이 된다. 돌솥에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둔다.

‘동피랑 전복마을’의 무생채초무침과 기본반찬
‘동피랑 전복마을’의 무생채초무침과 기본반찬.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은 6찬으로 된장양념풋고추, 김치, 숙주나물, 무생채와 파래무침, 오징어젓갈이다. 숙주나물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파래무침은 손맛이 있다. 오징어젓갈 또한 쫀득하고 갖은양념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손색없다. 생선구이로 반건조 고등어구이다.

‘동피랑 전복마을’의 고등어구이
‘동피랑 전복마을’의 고등어구이.

무엇을 어떻게 먹어도 다 맛있는 조합이다. 조개로 우려낸 미역국은 단순하고 담백한데 육수가 깊고 진하다. 평범하고 단순한 요리가 깊은 맛을 낼 때 고객이 다시 찾아가는 밥집이 된다. 우선 식재료가 싱싱하고 양도 푸짐하니 가성비로 으뜸이다.

‘동피랑 전복마을’ 실내전경.
‘동피랑 전복마을’ 실내전경.

전복돌솥밥세트와 전북죽세트는 점심으로 먹기에는 호화스러울 만큼 푸짐한 상차림이다. 대기 줄에 만나 반가웠던 문우가 전복버터구이를 보내왔다. 전복버터구이는 우선 고급스럽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버터향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이미 포화 상태까지 간 밥심이다. 먹을 때마다 전복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밥시간이 행복하다. 버터구이 한판으로 저녁이면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먹을 수 있다는 직설적인 고백에 망설임 없이 동의하는 우리들. 이처럼 유쾌하게 맞장구쳐주고 중간중간 추임새도 넣으며 각자의 책임량을 소화한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겨두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외관
식물카페 ‘버터박스’ 외관.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언덕길 높은 곳에 위치한 식물카페 ‘버터박스’= 동피랑전복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연주회까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카페 나들이를 하였다. 전망 좋은 카페 맛집이 많겠지만 오늘은 통영시 발개로 164-55 ‘BUTTER BOX’다. 산길 조금 높은 곳 언덕길 제일 꼭대기에 있는 식물카페다. 통영의 개성 있는 카페로 외관에 큼직하니 ‘BUTTER BOX’라고 붙어있다. 마스코트가 왼손을 들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린 로고가 귀엽다. 창문도 입구도 네모 박스형으로 단정하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다양한 수제쿠와와 베이커리
식물카페 ‘버터박스’ 다양한 수제쿠와와 베이커리.
식물카페 ‘버터박스’ 음료
식물카페 ‘버터박스’ 음료.

카페 앞에서 한참을 통영 루지, 미륵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구경했다. 햇살 좋은 날 혹은 겨울을 제외한 맑은 날은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통영도 좋겠다. 굳이 신나게 루지를 타지 않아도 케이블카에 탑승하지 않아도 구경만으로 대리만족하는 재미가 있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조용하고 소소한 카페다. 부모님이 식물원을 하는 관계로 식물과 접하는 시간이 많았던 남현실 버터박스 대표는 식물카페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실천에 옮겨 이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식물을 좋아하지만 관리가 어려운데 이곳에서 마음껏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카페 나들이다. 차와 더불어 공기정화에 좋은 식물들이 많아서 우선 시야가 시원하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고구마맛탕휘낭시에
식물카페 ‘버터박스’ 고구마맛탕휘낭시에.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모든 디저트는 건강한 재료로 당일 제작 당일 판매를 한다. 커피는 친환경 농업 재배로 미국 유기농 인증을 받은 가장 맛있는 유기농 원두를 사용한다. 버터가 들어가는 모든 디저트나 음료에는 프랑스 노르망디 이즈니 지역에서 생산된 프랑스 전통버터를 사용한다. 버터박스만의 조리법으로 베스트 디저트로 고구마맛탕피낭시에가 있다. 통영고구마가 토핑으로 올라가고 얇은 설탕 코팅으로 맛탕의 달콤한 맛을 구현한 오직 버터박스만의 자체 개발 메뉴라고 한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버터크림라테
식물카페 ‘버터박스’ 버터크림라테.
식물카페 ‘버터박스’ 녹차라테
식물카페 ‘버터박스’ 녹차라테.

버터크림라테는 버터와 특별한 소스와 커피를 가미해서 풍미가 으뜸이라고 권한다. 우선 부드럽고 짭조름하고 달큼한 맛이다. 파인애플에이드는 잘 숙성된 파인애플을 청으로 담아 새콤달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다. 밥을 먹고 왔음에도 고급지고 앙증맞은 빵에 고민이 된다. 우리는 잘 구워진 소금빵에 토마토 블랙올리브, 옥수수,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간 피자소금빵을 맛보기로 한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소금피자빵
식물카페 ‘버터박스’ 소금피자빵.
식물카페 ‘버터박스’ 소금빵
식물카페 ‘버터박스’ 소금빵.

그날 제작한 쿠키랑 베이커리를 소진하였을 때는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성취감으로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지금은 크리스마스트리와 식물 선반에서 보여주는 푸름이 좋다. 크리스마스의 상징 같은 포인세티아도 곧 손님께로 팔려 갈 것 같은 아름다운 자태다. 어디를 쳐다봐도 깨끗하고 싱싱한 식물이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식물카페 ‘버터박스’ 내부.

애견동반 안내문은 주인의 재치가 돋보인다. 애견 동반이 가능한 식물카페지만 식물의 안전을 위해 꽃과 잎을 만지고 뜯거나 마당의 돌을 던지는 행동은 절대불가라며 적극적인 아동 보호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다. 식물이나 기물 파손에 주의를 요하는,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표시해뒀다.

식물카페 ‘버터박스’ 홍강차와 고구마맛탕휘낭시에
식물카페 ‘버터박스’ 홍강차와 고구마맛탕휘낭시에.

초록으로 힐링하며 차담을 나눌 때 오늘 연주회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일태 대표다. 시인에게 ‘슈베르트 겨울나그네’가 전해주는 감성은 추운 겨울 사랑했던 여인의 집 앞에서 편지로 이별을 고한 뒤, 삶의 마지막에서 느낀 사랑과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이 표현된 작품으로, 슈베르트의 어둡고 비극적인 생애가 흐르고 있다며 하얀 눈 위를 홀로 걸어가는 겨울 나그네의 여정을 상상해보라고 권한다.

풍부한 감성과 표현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빠져나오니 일몰이 장엄하다. 전복마을에서 푸짐한 상차림으로 포만감을 느꼈고 식물카페만의 서정이 다채로운 형태로 매료시켰던 하루다. 코끝 살짝 시려도 팔짱을 끼고 걸어도 좋을 만큼의 따뜻한 날씨다. 단순히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넘어 사람이 풍경이 되는 좋은 추억 하나를 보탰던 문화나들이 통영이었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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