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55) 회색기러기
“개리 따라 32년 만에 주남 왔어요”
서양 거위의 원종으로 매우 희귀한 ‘미조’… 개리 무리와 생활
습지·강 하구 등에서 서식, 풀·곡물·열매·뿌리 등 먹고 살아
탐조하다 보면 뜻밖에 귀한 새를 만나게 된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밝을 즈음, 철새도래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오늘 탐조 이야기는 32년 만에 다시 찾아온 미조 회색기러기다. 회색기러기는 개리 13마리와 함께 찾아와 탐조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창원 대표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에서 32년 만에 관찰된 미조(길 잃은 새) 회색기러기.
180만 평의 거대한 습지에는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찾아와 월동하고 있다.
아침 일찍 주남저수지 조망대 앞에서 회색기러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회색기러기는 매우 희귀하며, 미조(길 잃은 새)로 분류된다.
회색기러기는 정상적인 이동 경로를 벗어나 이곳으로 온 길 잃은 새다. 1992년 1월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번 방문은 32년 만이다.

회색기러기가 개리(오른쪽)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회색기러기는 오리과에 속하는 대형 물새로, 주로 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다.
회색기러기는 유라시아 대륙 북부에서 번식하고, 유럽, 북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지로 이동한다. 번식기가 아니면 큰 무리를 지어 다니며, 도시공원과 같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습지와 호수, 논, 강 하구 등 물이 풍부한 곳에 서식하며, 주로 초식성으로 풀과 곡물, 열매, 뿌리 등을 먹는다.

회색기러기(위)가 개리 무리에 섞여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몸 전체가 회갈색이며, 부리와 다리는 분홍색을 띤다. 비행할 때 보이는 회색 날개 앞부분과 허리, 윗꼬리덮깃이 특징적이며, 외모가 매력적이다. 아시아에서는 개리가 거위의 원종으로, 서양에서는 가금화된 거위의 원종이 회색기러기다. 녀석은 저수지 내에서 개리와 함께 먹이를 찾아 먹고, 함께 송용들로 날아가 무논에서 휴식을 취한다. 개리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주남저수지, 천수만 등 일부 지역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최근 주남저수지에 황새 10마리가 찾아오고,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 대형 맹금류가 발견되고 있어 국내 최고의 탐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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