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탐조여행] (58) 곤줄박이

작은 산새 ‘귤빛 추억’

기사입력 : 2025-01-23 20:50:18

호기심 많고 사람 경계 않는 텃새
건물 틈·나무 구멍에 둥지 틀어
가장 좋아하는 먹이 ‘견과류’
나무껍질이나 돌 틈·땅에 저장


창원에 작은 절집 아래 한겨울인데도 얼지 않는 옹달샘이 하나 있다. 아침 일찍 이곳에는 동박새, 유리딱새, 검은머리방울새, 박새 등 다양한 산새들이 물을 먹고 목욕을 한다.

이곳은 목이 마른 작은 산새들이 찾아와 목을 축이고 목욕까지 하고 가는 공중목욕탕이다. 새들은 사람보다 체온이 높고 깃털에 묻은 먼지나 기생충을 털어내기 위해 늘 목욕해야 한다.

곤줄박이가 나뭇가지에 꽂힌 귤에 앉아 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엔 나뭇가지에 귤을 꽂아주면 날아와 배를 채운다.
곤줄박이가 나뭇가지에 꽂힌 귤에 앉아 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엔 나뭇가지에 귤을 꽂아주면 날아와 배를 채운다.

작은 산새들은 늘 천적의 습격에 대비하며, 안전하게 물을 먹고 목욕할 곳이 필요하다. 이곳 옹달샘은 녀석들이 안전하게 목욕하는 공간이다. 이 목욕탕의 단골손님이 오늘 탐조 여행의 주인공 곤줄박이다.

하지만 숲속에는 녀석들에게 안전한 곳이 없다. 언제 어느 때나 새매와 같은 맹금류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곳 절집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는 겨울에도 얼지 않고 흘러 옹달샘의 이끼가 초록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흔한 텃새인 곤줄박이.
우리나라 흔한 텃새인 곤줄박이.
곤줄박이가 옹달샘에서 목을 축인 후 목욕하고 있다.
곤줄박이가 옹달샘에서 목을 축인 후 목욕하고 있다.

곤줄박이는 산림이나 야산 사찰 주변에서 번식하는 우리나라 흔한 텃새다. 이곳에 인공새집을 달아주니 매년 알을 낳고 번식하고 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옹달샘 근처 나뭇가지에 귤을 꽂아주면 날아와 배를 채운다.

녀석은 견과류를 좋아하고 딱딱한 씨앗을 두 발로 잡고 부리로 쪼아 까먹는다. 먹이를 나무껍질 사이나 돌 틈, 땅속에 저장해 두는 습성을 갖고 있다. 호기심이 많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 견과류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날아와 물고 간다.

둥지는 인가의 건물 틈이나 썩은 나무 구멍, 인공새집에 이끼류를 이용해 건축한다. 둥지 내부에 동물의 털, 새 깃털 등을 깔고 보통 5~8개의 알을 낳는다. 12~13일 동안 알을 품고 부화 후 17~21일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둥지를 떠난다.

곤줄박이
곤줄박이

어린 새끼에게는 곤충의 유충, 거미류 등을 잡아 와 먹인다. 생김새는 귀엽고 앙증맞으며, 머리는 검은색, 정수리 뒤쪽으로 엷은 황백색 줄무늬가 있다. 이마와 얼굴은 옅은 황백색이며 멱은 검은색이고, 등과 배는 적갈색이다. 배의 가운데는 옅은 황색이며 날개와 꼬리는 청회색이다.

작은 절집 아래 작은 산새들이 찾아오는 옹달샘은 녀석들에게는 생명수와 같다. 늘 목욕 후 깃털이 마르기 전까지 천적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힘든 겨울을 보내는 산새들을 위해 작은 물그릇과 견과류나 과일을 선물해주면 좋겠다. 곤줄박이도 이곳에 날아와 목욕도 하고 먹이도 먹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선물하고 갈 것이다.

최종수(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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