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칼럼] 집사와 길고양이- 노현수(소설가)

기사입력 : 2025-01-30 19:26:21

벌써 10년 전이었다. 새끼 고양이가 상자에 담겨 아파트 상가에서 울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틀째, 복도에 있는데 감기 기운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족과 상의한 후 다음날 지인의 집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지인도 집사인지라 입양하겠다는 말을 듣고 바로 집으로 데려가 하룻밤 재운 뒤였다. 동물병원에서 감기약을 먹이고 예방접종을 하고 수의사의 권유로 중성화 수술도 했다. 다음날에는 목욕과 미용을 마치고 필요한 용품과 사료를 구입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초등학생인 아들의 동물동생으로 우리 가족이 되었다. 아들 침대의 끝자락에서 아들과 잠도 함께 자는 사이가 되었다. 코리안 숏 헤어였다.

3년이 지났을까, 갑자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격해지면서 설사를 하는 것이었다. 복막에 염증이 생겼으니 우선 약물로 치료해보자며 수의사는 말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한 달 정도 치료를 한 결과 다행히 증상은 호전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에는 길게 여운이 느껴지는, 애절하면서도 아픔이 있는 새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특히 화장실에 있을 때 더 크게 울렸다. 병원에서는 항문 부위에 생긴 낭종이라고 했다. 운동 부족이거나 비만, 과도한 핥기가 원인이라면서 수의사는 비닐장갑을 끼고 항문낭을 손으로 짰다. 고양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늘리면서 사료를 줄이는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꿨다. 낭종은 주기적으로 재발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아들이 군대를 가고 조그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했다. 동네를 산책하는 길에 길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흰 바탕에 검은 점이 있었다. 출퇴근을 하면서 도로에서 고양이를 발견하고 속도를 줄이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마당 정자에 앉아 있는데 멀리 흰 고양이가 보였다. 나는 그릇에 사료를 담아 마당 한편에 두었다. 고양이는 바라만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날 마당에 나왔을 때 사료는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출근하면서 사료를 주면 퇴근할 때는 비워져 있고 바로 사료를 채워주면 출근할 때는 비워져 있었다. 그렇게 한 달여,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다. 고양이집을 사서 안에 담요를 깔고 그 앞에 사료그릇을 두었다. 이번에는 물이 담긴 그릇도 함께 놓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료만 먹고 사라졌다. 어느 날은 퇴근하는데 고양이가 마당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다. 사료를 주면서 눈을 마주쳤다. 천천히 고양이 쪽으로 다가가면 고양이는 살짝 일어나서 다가간 거리만큼 뒤로 물러나 누웠다. 몇 번 반복하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거실 통창으로 마당을 보니 어느새 고양이는 사료를 먹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이었다. 마당 데크에 고양이가 누워 있었다. 사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순간 야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거실에서 동물아들이 내는 소리였다. 나이가 들어 울음소리도 느려졌다. 통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서로 바라보았다. 5초 정도 눈이 마주쳤을까, 무심하게 서로 고개를 돌렸다. 길고양이 2~6년, 집고양이 15~20년이 평균수명이라고 했다. 고양이 세계에도 계층이 존재할까, 싶다가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각각의 삶의 방식은 고유한 것, 감히 인간의 생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노현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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