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모듈러 건축
컨테이너의 멋있는 변신, 공간을 조립하다
표준화된 모듈러 유닛 제작해 공사현장서 설치·조립
인건비 상승 등 변화하는 건설환경에 대응하는 공법
공기 단축·건축폐기물 감소·에너지 사용 절감 등 장점
현장 사무실·경비실·창고로 사용되다 주거용으로 진화
카페·하우스·선별진료소 등 기능적 역할에 아름다움 더해
‘집을 짓는다’라고 하면 떠오르는 우리 시대 이미지는 벽돌을 쌓아 올리고 거푸집을 짜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것으로 대표될 것이다.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던 시기 블록이나 벽돌에 시멘트 모르타르를 이용해 쌓아가는 노동집약의 과정은 일자리를 만들고 부족한 주거공간을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건설 근로자의 부족과 노령화,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 기존 건설환경의 한계와 AI를 기반으로 한 설계분야의 변화, 3D프린트, AI를 탑재한 건설로봇 등 기술 발전에 기반해 건설환경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2018년 국토교통부에서는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수립한 뒤, 현재는 ‘2025~2034스마트 건설기술 중장기 로드맵’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건설산업의 디지털화, 자동화, 제조업화, 지능화를 선정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각 분야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분야의 발전 방향 설정인 만큼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경험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지면에서는 이러한 건설환경 변화를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법과 사례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컨테이너 조립.

지붕골조 공사.

창호 공사.

계단 설치.

내장 작업.
◇모듈러 공법이란
모듈러공법은 여러 개의 개별단위(Module)를 공장제작하여 공사현장에서는 설치·조립하는 건축공법으로 제조업에서의 대량 공장생산 개념을 건축에 도입한 탈현장(Off-site) 건축공법이다. 이는 표준화된 모듈러 유닛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운반을 통해 현장에서 작업을 최소화해 완성시킨다. 기존 현장 중심의 습식공법에서 공장 중심의 건식공법으로 건설과정과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중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건설업계에는 노동자 평균연령 증가, 사고 발생률 증가, 생산성 저하, 국제경쟁력 하락 등 다양한 현황자료가 건설산업이 미래의 위기에 대처할 시점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첨단산업에 비해 기술자들이 건설업 종사를 선호하지 않고 유입인력이 감소해 외국인 노동자 증가 등으로 성장동력도 저하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기존의 현장 시공 공법에서 공장 생산 중심으로 전환하고 ICT와 제조업을 접목, 건설 자동화를 실현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현장 의존적인 생산체계 한계를 첨단 공장형 건설 기술의 개발·적용으로 극복하기 위한 ‘3D 프린터를 활용해 공장에서 건설 부재를 모듈화로 제작하고, AI를 탑재한 다기능 건설 로봇에 의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스마트 건설자동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모듈러 건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듈러 건축은 기존 현장 중심의 시공에서 벗어나 건축모듈을 공장에서 생산, 현장으로 운반·조립해 건축물을 완공하는 시스템으로 공기 단축, 건축폐기물 감소, 공사비 절감, 에너지 사용 절감·탄소 배출 감소, 품질 향상 등의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듈러 건축 시스템은 소형주택, 임시교사로 이용되는 모듈러학교, 동일한 단위평면을 갖는 호텔, 기숙사, 그리고 재난이나 재해 극복을 위한 임시주거시설 등의 건축물에 사용되며,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향상과 환경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컨테이너 건축에 대해 알아보면 컨테이너의 사전적 의미는 화물을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내구성이 강한 철제로 용접된 상자 모양의 용기로 규정되어 있다. 만들어진 목적이 사람의 거주가 아니었다. 70년대 수출 국가 지향 시기 화물 수송용으로 쓰였고 80년대 경제 성장에 따른 아파트 신축 붐으로 현장사무실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화물용 컨테이너에 창문을 뚫고 문을 달아 현장사무실, 경비실, 숙소, 창고, 매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고 주거 목적으로도 발전했다. 이동의 편리성과 높은 활용도 때문에 아주 작은 요소이지만 수십년 간 지속적으로 하나의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모듈러 건축으로 완성된 카페 전경.

모듈러 건축으로 완성된 카페 전경.
◇컨테이너를 쌓고 지붕을 씌워 공간을 만들다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더 박스(권명구 건축사)로 이름 붙여진 카페인데 문산 인근 한적한 국도변에 감나무 밭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컨테이너를 2개층 쌓아 올리고 그 사이공간을 지붕으로 덮어 완성하였는데, 1층은 조리공간과 업무실, 화장실이 있고 중앙홀에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연결되어 공간의 수직적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모듈러 건축으로 완성된 카페 내부.

모듈러 건축으로 완성된 카페 내부.

모듈러 건축으로 완성된 카페 내부.
2층은 넓은 창을 두어 자연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하였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렬로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중앙을 비워두어 공간감을 확보하였다. 2층 앞면 쪽으로 발코니를 돌출시키고 측면에 컨테이너 문을 설치해 컨테이너하우스라는 건물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입체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전경./서정석 건축사/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전경./서정석 건축사/
◇코로나에 신속 대응할 수 있게 제작한 창원보건소 선별진료소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창원보건소에서 선별진료소로 사용할 공간을 급하게 필요로 하게 되었다. 보건소 뒤편 외부 휴게공간에 컨테이너를 이용해 선별진료 동선에 맞춰 배치하고 2층은 사무공간으로 외부 테라스를 만들어 활용도를 높였다. 컨테이너가 동일 위치의 수직 적층이 아니고 90도로 엇갈려 놓이다 보니 별도의 철골구조물로 구조를 보강하였다. 컨테이너는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조립했는데 창과 문의 위치, 지붕모양, 마감재와 색상 선정 등을 협의하여 제작하였다. 측면의 목재 마감, 역 ‘ㅅ’ 자 모양의 철골 기둥, 계단, 2층 테라스 등의 요소를 가미해 기능적인 역할도 충족시키면서 디자인적 조화도 고려하였다.

창원 봉림동 블루 컨테이너 하우스.

창원 봉림동 블루 컨테이너 하우스.
◇하나의 처마로 연결된 2동의 블루 컨테이너 하우스
창원시 봉림동에 위치했던 이 집은 한시적으로 이용될 목적으로 1동은 방으로 다른 1동은 주방과 거실로 계획되고 2동을 하나의 지붕으로 연결하였다. 컨테이너 회사에서 층고(2.9m) 높은 수출용 컨테이너를 선정하고 주방과 화장실 배치 후 바닥, 벽, 천장 마감을 결정했다. 컨테이너는 90% 이상 공장 제작하였고 현장에서는 기초와 우오수 배관공사 후 컨테이너를 옮겨와 위치를 잡았다. 가설건축물이 아닌 일반건축물로 허가받아 단열, 창호 성능 등을 법적 기준에 맞게 적용하였고 컨테이너 설치 후 데크와 지붕을 시공하여 2동을 오가는 편의를 높였고 하나의 건물로 보이도록 하였다. 2년 정도 사용되다 다른 주인을 만나 진해로 옮겨져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건축폐기물 감소, 공사비 절감, 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 모듈러 건축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오는 12월부터 숙박이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가 시행된다. 기존의 농막은 면적 제한이 6평이고 취사와 주거행위가 금지되었는데, 새롭게 도입되는 농촌체류형 쉼터는 10평까지 조성 가능하며 주방, 침실을 둬 숙박의 용도로도 가능하다고 하니 모듈러 건축으로 수요를 충족시키고 이러한 시도가 보다 발전된 건설산업 구조 변화를 이끌기를 기대한다.

(주)무위건축사사무소 서정석 건축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