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놓인 ‘미신고 영유아’… “출생 통보제 시행을”

아동인권보호단체 법 개정 촉구

“현행 출생신고제 취약성 드러나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 보장해야”

기사입력 : 2023-06-25 21:17:14

속보=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들이 살해당하거나 유기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취약한 출생신고제도가 부른 참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동인권보호단체는 정부에 출생신고제도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23일 5면  ▲‘미신고 영유아’ 도내 8년간 122명 )

감사원이 지난 3월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진행한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8년간(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실태를 조사한 결과, 2236명의 미신고 영유아가 확인됐다.

이 중 경남의 미신고 영유아는 122명으로, 광역지자체 중 경기(641명), 서울(470명), 인천(157명) 다음으로 많았다. 감사원은 확인된 미신고 영유아 중 학령기 아동, 보호자의 연락 거부 등 고위험군에 속한 아동 23명의 생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1명 유기, 1명의 유기 의심 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아동인권보호단체는 ‘출생 통보제’를 골자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출생 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우선적으로 알리는 제도로, 부모의 출생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확인하기 힘든 현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지난해 창원에서 생후 76일 된 딸을 방치해 영양 결핍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가 아이를 출산한 이후로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아이가 방치·학대 사각지대에 몰렸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친모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출산한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사건이 밝혀졌는데 두 아이 또한 출생 미신고 아동이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수원 영아살해 사건과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난 출생 미신고 아동 현황은 현행 출생신고제도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현재의 법률로는 출생 후 공적으로 등록되지 못한 상태에서 학대나 유기, 불법 입양 등에 취약한 아이들을 국가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 따라 정부는 아동의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출생이 등록될 권리는 아동의 기본권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엄중한 책무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했는데, 협약 제7조에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출생신고제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적 개선 노력은 있었으나 진전이 없었다”며 “정부가 출생 통보제 도입 시행에 필요한 관련 기관 및 부처 간 협의를 신속히 시행하고, 국회가 관련 법률의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출산 통보제’ 관련 법안은 모두 15건 발의됐다. 이 중 7건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현재 8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김영현 기자 kimgij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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