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취임 1주년 맞은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경기회복 SOC예산 확대 필요… 지역업체 대형공사 참여 노력”

기사입력 : 2024-07-02 08:08:02

정부 건설투자 축소·경기 침체 등으로
작년에만 종합건설업체 2347곳 문 닫아

경남도 건설 관련 간담회·회의 참석 등
지역 업계 현안 해결 위해 동분서주

가덕도신공항 주변 기반시설 발주 기대
남부내륙철도 지역업체 참여 방안 마련

중대재해법 확대 등 현장 안전관리 비상
충분한 대화·협상 통해 균형 맞춰야

도내 중견 건설업체 부동산 PF 위기
적정 공사비 보장·유동성 지원책 필요


“도내외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의 경영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위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현재 건설 경기는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대형 건설사가 휘청이고, 지역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소식도 이어지는 등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은 지역 건설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알리고, 타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강 회장을 만나 경남 건설산업 현황과 과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등을 들어봤다.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이 경남 건설업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이 경남 건설업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소감과 최근 건설업계 현황은?

△회원님들 앞에서 당선소감을 말씀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건설업계 전체가 유례 없는 불황과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지역 건설산업의 수장 역할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숨가쁜 날들을 보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의 간담회를 비롯한 경남도 건설관련 부서 회의에 수차례 참석했고, 경남조달청장·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장·경남개발공사장 등 도내 주요 발주기관의 수장들을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대형건설업체 영남권 지사장들과도 정례적으로 만나 지역 중소 건설업체의 도내 대형공사 참여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

최근 지역건설업계는 정부의 건설투자 축소와 민간경기 침체로 공사물량이 급감하고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시중금리 인상, 부동산 PF 중단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만여개 사에 달하는 종합건설업체 중 2347곳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736곳, 1901곳이 폐업했을 정도로 건설업계 개별회사의 부침은 늘 있었지만 지난해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이다. 올해 1분기 역시 총 939개사가 폐업하며 최근 5년 내 분기 최대 감소세를 기록했다.

건설산업 유관업종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체의 신용이 강등된 시멘트·레미콘 쪽도 폭풍전야다. 지난해 문 닫은 공인중개사무소 역시 1만5000곳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SOC 예산 확대라고 생각한다.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이 경남 건설업계 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가덕도 신공항, 남부내륙철도 등 우리 지역에 대형공사의 발주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건설업계의 기대감은?

△그간 구호에 불과했던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와 개항 시기가 확정되고, 낙후된 서부경남을 부흥시킬 전환점이 될 남부내륙철도 공사 착공이 예정되면서 도민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추정 총사업비가 13조를 넘어서는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공사가 너무 크다 보니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는 오히려 제한적이다. 지역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업체가 아니면 공동도급체 구성에 참여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신공항 배후부지나 연결도로 확충 등 주변 기반시설 발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부내륙철도는 그나마 지역업체의 참여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초 2023년 착공, 2027년 준공 계획을 발표한 사업은 현재 시공자도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전체 공구 중 가장 먼저 발주된 1, 9공구의 입찰공고 시점부터 공사비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됐다는 지적에 두 차례 유찰 사태를 겪었다.

공사비 과소 산정으로 인한 국가사업 유찰 사태가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초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대로 낙찰받은 업체가 있었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적자를 봤을 것이 자명하다. 국가기관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가 두 번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시행되는 등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데

△일터에서 다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건설을 포함한 전 산업계가 침체 일로를 겪고 있는 와중에 처벌에 치중한 안전 관련 법령 강화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건설현장은 중복적이며 처벌 위주의 안전점검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책임져주는 곳은 없다. 안전관리자 배치대상 공사 확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으로 안전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증가한 반면, 발주처에서 지급하는 금액은 도입 25년째 제자리걸음인 탓에 이윤율이 축소되는 결과마저 초래되고 있다.

우리도회는 위와 같은 사례의 심각성을 지난해부터 인식하고 경남도 중대재해예방과, 도내 고용노동부 각 지청, 국토안전관리원 등을 방문해 애로·개선 사항을 건의했다.

노동자들이 그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서 이젠 사업주 차례라는 식의 체제 전환도 옳지 않다.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할 때다.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 사진./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강동국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장./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지난해부터 도내 중견 건설업체의 부도 등 경영악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형 건설업체의 워크아웃 소식이 들릴 즈음 도내 상위권에 속하는 중견 건설업체의 부도 소식도 이어졌다. 동고동락하던 동료와 선후배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건설업계 위기의 진앙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꼽고 있다. PF 부실 확산과 금리 상승에 따른 분양경기 침체,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 부도위기를 급증시켰다. 정부와 금융기관, 건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부진한 PF사업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시적 자금경색에 빠진 업체에 주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미분양 물량이나 경·공매 물량이 증가할 경우 건설경기가 더 빠르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PF 연착륙 대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PF 구조조정과 함께 과감한 정책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한 충분한 유동성 지원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가 운전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바라본다. 시장 충격 최소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건설업계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수십 년간 적정공사비 확보를 요청해 왔는데, 실현됐는지?

△적정공사비 확보는 건설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공공공사의 경우 유찰이 급증하고, 민간공사는 발주가 취소·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적정공사비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지금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적자시공이라도 해서 시공실적 유지나 고정비 지출을 만회해보려는 업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불리한 건설업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상황에 발주자의 적정공사비 보장 움직임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적격심사의 낙찰하한율 상향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0년에 설정된 낙찰하한율이 2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공사비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평균낙찰률이 93%인 점을 감안해 최소 3~5% 정도 상향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 강동국 회장은? 1967년 진주 출신으로 대동기계공업고등학교와 부산정보대학교 건축학과,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ABK(최고경영자과정)를 수료했다. 대지종합건설㈜ 대표이사이자 경남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부회장, 경상남도 건설단체연합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2015년도 자랑스러운 건설인상(경상남도지사)을 수상한 바 있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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