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101) 외할아버지와 사는 진우
공공근로 하며 ‘마음의 병’ 앓는 손주 뒷바라지… “학교 졸업할 때까지 키워야죠”
엄마·아빠 이혼으로 외할아버지 손에 커
에어컨 없고 물 새는 집서 열악하게 생활
양육비 못 받아 안정적 생계 유지 힘들어
커가는 진우 꿈 위해 지역사회 도움 절실

“진우가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제가 뒷바라지해서 키워야죠. 제가 맨날 운동하고 건강 챙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혼자 손자인 진우(10·가명)를 키우는 외할아버지는 땀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방문한 진우네는 폭염 특보가 발효됐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지만 선풍기에만 의존한 채 버티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얼마 전 폭우로 집에 물이 새 옷과 집기들이 다 젖어 말리고 있었다. 외할아버지와 진우는 이 열악한 상황을 버텨내야 한다.
진우가 부모님 손이 아닌 외할아버지에 의해 크고 있는 데는 아픈 사연이 있다. 진우 엄마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에 취업했을 정도로 가족들 기대가 컸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사귀던 남자친구와 진우를 가졌고, 결국 은행도 퇴사해야 했다.
진우 아빠는 직업이 없었으며, 제대로 양육비를 준 적도 없다. 한 달 50만원을 벌면 5만원만 가족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노름했을 정도로 무책임했다. 부부 싸움이 잦아 이혼을 했지만, 이후에도 아빠는 양육비를 챙겨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혼 후 엄마는 진우를 잠시 돌봤지만, 가출을 하고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몇 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진우는 오로지 외할아버지의 손에 커야 했다.
진우는 외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외증조할머니와 외로운 생활을 했다. 치매 증상이 심했던 외증조할머니는 진우에게 험한 말을 자주 해 상처도 크게 받았다. 외할아버지는 “애 아빠한테 연락해 경제적으로 지원해달라고 할까 싶었지만,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해코지할까봐 하지도 않았다”며 “진우한테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내가 키웠고, 엄마가 잠시 맡았다가 다시 떨어졌다”고 말했다.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진우는 마음의 병을 얻었다. 진우가 항상 들고 다니는 인형은 어릴 적 엄마가 사준 것이다. 진우는 인형이 엄마라고 생각하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정서적으로 너무 불안해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외증조할머니의 장례식장에 엄마가 찾아왔다. 이후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진우와 만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외할아버지는 딸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 않는다. 혹여나 마음이 상해 다시 딸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사라진 와중에도 폭행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
엄마가 잠시 돌아와도 외할아버지에게 초등학생을 키우는 것은 버겁기만 하다. 특히 매 끼니는 늘 걱정이다. 한참 많이 먹을 때라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면 가격이 부담스러워 진우가 먹을 만큼만 사서 구워주고 있다. 구청에서 도시락이 배달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없어서 외할아버지는 안타깝기만 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진우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 주위를 놀라게도 했다. 하지만 집에 컴퓨터가 없어 디자인 프로그램을 하지 못해 진우는 아쉬워하고 있다.
커가는 진우에게 안정적인 생활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행정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공근로로 경제활동을 하는 외할아버지에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한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진우가 엄마한테 가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 같다”며 “진우가 어린 나이에 상처받지 않고 꿈을 간직하며 생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7월 9일 11면 (100)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당당한 미진이-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모금액 8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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