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102) 한집에 6식구 사는 우진이네
아픈 몸·부족한 생활비로 손주·증손녀 양육… “아이들 클수록 걱정도 커지네요”
아빠 학대로 ‘마음의 병’ 앓는 두 형·누나
2살 조카와 에어컨 없이 열악하게 생활
할머니 노령연금 등 한 달 170만원으로 버텨
‘전자공학 전공’ 우진이 꿈 위해 도움 절실

“어려운 환경에도 웃으며 크는 아이들을 보면 힘든 마음도 잊히고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최근 방문한 우진(11·가명)이네. 폭염이 지속됐지만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다. 가족들은 무더웠던 이번 여름을 선풍기로 버텼다. 방 세 칸짜리 작은 빌라에 6식구가 산다. 2살짜리 우진이 조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우진이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엄마가 우진이를 임신한 뒤 아빠와 별거했다. 우진이가 태어나고 100일도 안 돼서 엄마는 가출해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엄마와 형, 누나들은 아빠한테 끔찍한 가정 폭력을 당했다. 원래 전라도에 살았던 가족은 폭력을 피해 8년 전 할머니 집으로 도망치다시피 왔다. 처음 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집에 처음 왔을 때 너무 놀랐어요. 온몸에 멍이 들었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지라고 할 정도로 애들 상황이 안 좋았죠.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은 아빠는 친권을 상실한 상황입니다.”
현재 우진이네는 누나와 두 형, 그리고 누나의 딸인 조카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30대 누나는 미혼모이다. 두 형은 이미 다 컸지만, 초등학생인 우진이와 2살인 조카의 양육은 할머니 몫이다.
애들을 책임지고 키워야 하는 할머니 건강은 좋지 않다. 2년 전에는 유방암 수술을 했으며,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삽입해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지 못한다. 우진이네가 사는 빌라는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아이들은 아픈 할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분담해서 하고 있다. 우진도 분리수거하고, 조카를 돌보며 집안일을 돕는다.
“어렸을 때부터 험한 일을 당한 애들 같지 않게 너무 착해요. 착해서 더 미안해요. 부족한 삶이라 애들이 불평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밝게 지내고 있어요. 그게 참 고맙죠.” 누가 봐도 부족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우진이네 곳곳에는 웃는 가족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다. 몸이 아픈 할머니는 이 사진들을 보며 오늘도 버틴다.
우진이의 형과 누나는 아버지의 학대에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고, 안정을 위해 동물을 키우면 좋다는 센터의 권유로 고양이도 키우고 있다.
우진이는 한때 핸드폰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고, 비만도 심해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지금은 게임과도 떨어져 지내고 살도 많이 뺐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게 꿈인 우진이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공부 중이다.
우진이네는 기초생활수급자이기에 130만원 정도 수급을 받는다. 여기다 할머니 노령연금을 합치면 170만원으로 6식구가 한 달을 버텨야 한다. 대식구가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누나가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대부분 급여가 딸을 위해 쓰인다.
아픈 몸에 부족한 생활비로 손주와 증손녀를 키워야 하는 할머니는 걱정이 크다. “앞으로 애들이 크면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걱정이죠. 제가 몸이라도 괜찮으면 일이라도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고. 그래도 힘든 티를 애들한테 안 보이려고 해요. 다 같이 노력해서 살면 다시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우진이네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도움이 절실하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현재 아이들이 아빠나 엄마의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은 힘들다”며 “아이들이 꿈을 갖고 노력하는 만큼 지역 사회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13일 13면 (101) 외할아버지와 사는 진우-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모금액 55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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