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돌아왔다, 귀향시대] (1) 경남에 살어리랏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청년들… 지자체 정착 지원 잰걸음
떠났던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에서 고향으로 온다고 하면 흔히 귀농·귀어·귀촌을 떠올리지만, 이 밖에 경남 각지의 고향에 돌아온 청년들은 직장을 구하거나, 사업 또는 자영업에 나서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향에 돌아온 이들은 모두 귀향인으로 연결된다.
도농복합도시로 천혜의 자원과 첨단 산업이 발달해 먹거리가 풍족한 경남은 오늘날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층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라’는 수도권 쏠림에 맞서 연어처럼 섭리를 거슬러 돌아온 청년들은 하나둘 마침내 보금자리에 정착해 꿈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연어가 귀향해 산란하듯 귀향 청년이 지방의 희망이란 사실을 인식하며 그들이 더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도내 18개 시군별로 대표 귀향 청년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귀향 청년을 맞이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지자체의 노력을 알리고자 한다.
주춤해진 귀농·귀어·귀촌
경남 ‘귀농·귀촌 열풍’ 2021년 정점
이후 귀농·귀촌인 수 감소세
지자체 정책 강화해 유인 노력
주목받기 시작한 ‘귀향’
타지생활 접고 고향으로…
경남 ‘귀향 청년’ 늘고 있지만
귀향 관련 법률은 아직 없어
하동군 전국 첫 조례 제정
‘귀향인 정책’ 걸음마 단계
지난해 하동 이어 올해 의령 동참
귀향인 기준 정하고 정착 지원

경남도 청년 농업인 육성 강화 사업 참가자들./경남도/
◇위기의 귀농·귀어·귀촌= 귀농·귀촌 가구가 급속히 증가한 것은 2000년대 말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의 실태조사에서 귀농·귀촌 가구가 2001년 880가구 정도였지만, 2014년에는 4만 가구를 넘었다. 귀농의 역사가 40년쯤 됐다고 보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반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늘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정책도 본격화되면서 귀농과 귀촌 행렬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경남연구원에서 올해 발간한 ‘경상남도 귀농귀촌 실태와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을 정점으로 전국 및 경남 모두 귀농·귀촌인 수가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경남의 귀농인 수는 2021년 1699명에서 2022년 1530명으로 169명 줄었으며, 귀촌인 수는 2021년 4만7123명에서 3558명 감소한 4만3565명을 기록했다. 국내 농촌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농업과 농촌 활성화 대안으로 귀농·귀촌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열풍마저 식고 있다는 의미다.

경남은 남해안과 지리산, 낙동강 등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데다 첨단 산업까지 골고루 발달한 덕에 농어촌 생활을 하기에 최적지로 손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귀농가구는 경남이 11.6%(1193명)로 경북 18.5%(1911명), 전남 17.3%(1781명), 충남 12.6%(1299명)에 이어 4번째로 높다. 또 귀어가구는 경남이 8.7%(62가구)로 전남 39%(279가구), 충남 27.8%(199가구) 다음 3번째다. 귀촌가구는 경남이 10.4%(3만1772가구)로 경기 26.5%(8만1308가구), 충남 12.3%(3만7645가구), 경북 11.1%(3만4006가구) 다음 4번째를 기록했다.
경남도는 귀농·귀촌이 당장 주춤한 모습을 보이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확대 중이다. 이는 농촌에서 최장 6개월간 거주하면서 지역 일자리와 생활을 체험하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해 성공적인 정착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참가자에게는 숙소뿐만 아니라 마을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농기술과 지역 일자리 체험, 주민교류 기회 등을 제공한다.
올해는 도내 13개 시군의 농촌체험휴양마을 18곳을 선정해 귀농·귀촌형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13개 시군, 마을 14곳에서 116명에게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제공했는데, 이 중 32명(27.6%)이 농촌 마을로 이주했다. 이 외에도 도는 전국 최초로 2018년 경상남도 귀어학교를 개교해 올해 6월까지 수료생 355명을 배출했다. 예비 귀어인의 성공적인 어촌 정착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도는 ‘경남농업의 디지털 전환, 사람(농업인)·산업(농업)·공간(농촌)의 혁신’이라는 농정 비전을 선포하고, 오는 2033년까지 미래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54개 사업에 3조 2994억원을 투입하는 등 농업을 고부가가치 미래 성장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남도 귀어학교 교육생의 어구수선 실습 현장./경남도/
◇고향 온 청년 아우르는 귀향= 지역에서 귀향인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다. 법률적으로도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5년 제정·시행됐지만, 귀향과 관련한 법률은 정비되지 않았다. 통계청에서 귀농인의 경우 동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대상 기간 중 읍면지역으로 이동해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부(농업경영체 등록명부 등)에 등록한 사람을 정의하며, 귀어인은 해당 조건에서 어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부(어업경영체 등록명부 등)에 등록한 사람으로 분류한다.
또 귀촌인은 동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하다 읍·면지역으로 이동한 사람 중 학생, 군인, 직장 근무지 이동으로 인한 일시적 이주자 등을 제외한 사람을 말한다. 이 외 고향을 떠났다가 시간이 흘러 귀향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현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지자체에서 조례가 제정돼 귀향인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지원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경남이 있었다.
하동군은 지난해 말 전국 최초로 귀향인 특별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서 귀향인은 하동군(이하 군)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10년 이상 군에 등록기준지 또는 주민등록을 두었던 사람이 군 외의 지역에서 5년 이상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가 군으로 거주지를 이동해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 거주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군은 이를 근거로 귀향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착장려금과 이사비,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주택 수리비, 건축 설계비 등을 지원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의령군에서도 올해 4월 ‘의령군 귀향인 지원 조례’를 제정해 하동군과 같이 조건에 해당하는 귀향인을 지원키로 했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충남 홍성·청양군 등에서 각 ‘귀향 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유사 조례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동군 귀농귀촌 담당자는 “경남에 돌아오더라도 귀농귀촌 등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조례를 통해 귀향인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은퇴자를 비롯해 청년들이 귀향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남도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귀농·귀어·귀촌은 전국적으로 어디가 유리한지 주거 환경이나 소득 등을 따지게 되지만, 귀향은 결국 나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며 “귀향인을 위한 조례 등은 군의 의지를 잘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경·김영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