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103) 아팠던 기억에도 내일 꿈꾸는 동언이네
어릴 적 아빠의 학대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쉬는 날 없이 공부하며 판사 꿈 키워
아빠와 떨어져 산 지 수년째지만 상처 여전
엄마 재혼 후 여동생과 보호시설 맡겨졌다
외할머니·할아버지와 기초수급비로 생활
자존감 회복·학업 유지 위한 보호·지원 절실

“친아빠가 제일 미워요. 같이 살 때 저를 장롱 안에 가둬 놓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는 했어요.”
동언이(11·가명)는 친아빠와 떨어져 산 지 수년이 지났지만 그때 아픔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친아빠는 어린 동언이와 여동생을 방임하다시피 했다. 아팠던 기억 때문인지 동언이는 아직도 친아빠 이름을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엄마는 이혼하고 재혼했다. 새아빠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친자식이 태어난 후부터는 차별하기 시작했다. 새아빠는 노골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싫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엄마는 받아들였다. 동언이는 4살 때 아동양육시설에 맡겨졌다가 몇 달 후 외할머니가 키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애들은 친아빠 이름도 모른다. 그때 아픔 때문에 장롱 근처로 가지도 않는다”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래도 밝게 커 주고 있어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받은 종합심리검사에서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는 소견을 받아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이들은 친아빠와 엄마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해 늘 부족한 삶을 살아야 한다. 친아빠는 교도소에 수감돼 출소했지만 연락은 두절됐다. 엄마는 재혼한 후 잠시 아이들을 맡아 키운 적이 있으나 방임해 아동학대로 신고된 적이 있으며, 현재 연락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양육을 위해 트럭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 새벽부터 일터로 나가 저녁에 돌아온다.
할머니는 두 아이 말고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손주까지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근육 파열로 어깨 통증이 커져 주변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동언이는 백반증이 심해 목 뒤에 큰 흰 반점이 있었다. 완치가 되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커 주기적으로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져 흰 반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동언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해 가족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쉬는 날 없이 종합학원과 방과후 수업을 들으며 공부에 매진하는 중이다. 시험에서도 100점을 받는 일이 많고, 코딩 실력도 뛰어나 선생님께 칭찬도 자주 듣는다.
체육도 잘하는데 최근 태권도 대회에서 개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동언이가 이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꿈인 ‘판사’를 위해서다. 동언이는 판사가 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편에는 성공해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할머니는 동언이에게 “우리보다는 너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꿈꿔라”라고 말했지만 동언이는 고개를 저었다.
네 가족은 아이들의 기초생활수급비와 할아버지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떳떳하게 크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관심이 필요하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아이들은 친아빠의 아동학대와 시설 생활 등 아팠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꿈과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학업 생활을 유지하려면 지역 사회의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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