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한 달간 유기동물 89마리 안락사...이유는?
성산구 상복동 신축 동물센터서 지난 23일 50마리 안락사
앞서 5일·27일 진해 보호소서 각 11마리·28마리 안락사
시, 700마리 수용 가능 설명에 동물단체 “350마리 수용 가능” 지적
속보= 창원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이달에만 유기견 90여 마리가 집단 안락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개소한 창원 동물보호센터에 기존 보호소 3곳을 통합하기 위한 조처로 그간 수용 공간이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던 만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9월 6일자 5면 ▲창원 동물보호센터 개관 ‘또 연기’ )
◇창원지역 보호소서 이달에만 89마리 집단 안락사=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창원시 성산구 상복동에 문을 연 ‘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난 23일 유기동물 50마리를 안락사했다. 지난 5일과 27일에는 진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각 11마리, 28마리를 안락사해 이달에만 총 89마리가 집단 안락사됐다.

지난 11월 개장한 창원시 성산구 펫빌리지 내 창원 동물보호센터./경남신문 DB/
지난 2022년 10월 착공한 ‘동물보호센터’는 기존 창원지역 유기동물보호소 3곳(창원, 마산, 진해)을 통합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지상 1층 규모(연면적 1442㎡)로 지난 11월 개소했다.
시는 ‘동물보호센터’에 기존 보호소 3곳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 700여 마리를 모두 수용해 기존 보호소 포화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었다.
지난 8월 1일 기준 보호소 3곳에서 총 711마리(창원 334마리, 마산 184마리, 진해 193마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센터 내 견사(856.69㎡)와 격리실(99.67㎡), 진료실(26.13㎡), 입양대기실 및 고양이보호소(48.38㎡) 등 총 1030.87㎡에 700마리를 수용하면 한 마리당 단위면적이 1.47㎡가 나오는데, 이 정도 면적이면 700마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개소한 창원 동물보호센터 내 보호견 관리 공간 면적. 보호견 수용(관리) 공간에 '700두 수용'이라고 명시돼 있다./창원시/
◇수용 공간 부족 지적에 “차질 없다”더니= 본지는 유기동물보호소 직원과 자원봉사자, 동물단체들의 우려 목소리를 담아 동물보호센터의 공간 부족 문제를 지속 보도해 왔다. 창원지역 동물단체인 동물공감연대의 자체 조사 결과, 새로 지어진 센터의 견사는 모두 91개로, 총면적이 509㎡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시와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절반 수준인 약 350마리만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는 산출 기준과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동물단체의 지적을 ‘일방적인 통합 반대 표명’으로 규정했다. 지난 9월에는 “기존 유기동물 보호소 3곳은 마산, 창원, 진해 순으로 순차적으로 이전 계획이며, 연내 이전 완료에는 차질이 없다”며 본지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실제로 시는 지난 10월께 창원 보호소와 마산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500여 마리를 먼저 센터로 옮겼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이달까지 진해 보호소 유기견 200여 마리를 센터로 옮겨야 하지만 시는 돌연 센터와 진해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89마리를 집단 안락사한 것이다.
시는 창원과 마산 보호소 유기동물을 센터로 이전해보니 적정 두수가 400마리(최대 두수 500마리)에 불과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당초 700마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센터를 건립한 것은 맞지만 실제 운영을 해봤을 때 시설의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 두수를 400마리로 판단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안락사 계획에 대해서는 “두수를 딱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안락사가 불가피한 상황은 맞다”고 했다.
◇앞으로 두 달간 수백 마리 안락사 우려= 시는 2025년 2월까지 진해 보호소 이전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계획대로 진해 보호소 유기동물을 이달까지 모두 센터로 이전했다면 보호소엔 창원 양묘장 자재 창고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진해 보호소 이전이 2월로 연기되면서 양묘장 자재 창고 활용 계획도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입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백 마리의 안락사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센터와 보호소엔 1년 이상 보호 중인 개체가 절반 이상인 52%에 달하는 상황인 반면, 입양은 대부분 갓 태어나거나 2~3개월 된 개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정 두수를 맞추기 위해선 최악의 경우, 최소 100마리에서 최대 300마리가 두 달 내 안락사될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미 창원과 마산 보호소에서 이전한 유기동물만으로도 센터는 포화 상태”라며 “유기견끼리 싸워 난리가 나고 죽는 경우도 있다 보니 안락사 시행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공감연대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센터 공간이 부족하다고 통합을 반대할 땐 문제 없다고 하더니 갑자기 500마리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미 대량 안락사가 이뤄졌는데, 2월까지 더 많은 동물을 죽일 것이 자명해 보여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