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동물보호센터 설계 때 수요 예측 잘못”

기사입력 : 2025-01-14 17:48:01

전문가 “지침 준수 고려 않고 지어”
견사 면적 1260㎡→856.69㎡ 줄고
수용 두수는 700마리 그대로 유지
시 “타당성 용역 기준 설계” 해명


속보=창원시가 동물보호센터 통합 과정에서 수용 공간 부족으로 유기동물을 집단 안락사하면서 논란을 빚은 가운데, 애초 센터 설계와 수요 예측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12월 31일 5면)

14일 창원시 통합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14일 창원시 통합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창원 동물보호센터 공모부터 건립까지= 창원시는 기존 유기동물보호소 3곳(창원, 마산, 진해)에서 보호 중인 700여 마리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20년 ‘동물보호센터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균특지방이양사업 공모 선정으로 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시는 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를 2021년 5월 공모했다. 그해 10월 선정된 설계를 보면, 견사 면적이 1260㎡, 수용 두수는 700마리였다. 견사 면적은 다음 달인 11월 한 차례 설계가 변경되면서 1034㎡로 줄었고, 이듬해인 2022년 3월께 최종 설계에서 856.69㎡로 결정됐다. 다만, 견사 면적에 격리실, 진료실, 입양 대기실 및 고양이보호소 면적을 더해 총 1030.87㎡를 보호견 수용 공간으로 설정했다.

수용 가능 두수 700마리의 근거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별표4]’이다. 시행규칙을 보면, ‘보호실, 격리실, 및 진료실 내에서 개별 동물을 분리해 수용할 수 있는 장치의 조건'으로 마리당 소형견 0.35㎡, 중형견 0.7㎡, 대형견 1.5㎡를 최소 면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총 1030.87㎡에 700마리를 수용하면 한 마리당 최소 면적인 0.85㎡(소·중·대형견 평균) 보다 넓은 1.47㎡가 나온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센터는 2022년 10월 착공, 2024년 5월 건축사용 승인을 받아 11월 개관했다.

14일 창원시 통합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14일 창원시 통합 동물보호센터에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뚜껑 열어보니 적정두수 400마리...89마리 집단 안락사= 시는 개관 직전인 2024년 10월께 창원 보호소와 마산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500여 마리를 먼저 센터에 옮겼다. 시는 진해 보호소의 200여 마리는 12월 말까지 이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돌연 12월 5일부터 27일 사이 통합 센터와 진해 보호소의 89마리를 안락사했다.

시는 옮기고 보니 센터의 적정 두수가 400마리(최대 두수 500마리)에 불과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시가 당시 견사 면적 산출 근거로 제시한 시행규칙에서 명시한 ‘장치’에 대한 해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와 동물 전문 변호사들은 이 ‘장치’를 케이지로 해석한다. 법적으로 견사 면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견사 면적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농식품부는 ‘동물보호센터 시설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2022년 2월 지자체에 배포했다. 당시 농식품부는 보도자료에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구체적인 시설 설치방법 등 표준설계 정보가 없어 지자체가 동물보호센터를 신규로 설치할 때 동물보호단체나 관련 전문가를 찾아 문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내 기준 마리당 중소형견 1.8㎡, 대형견 7.2㎡로 평균 면적이 4.5㎡다. 이 기준대로면 창원 동물보호센터 면적(1030.87㎡)은 230마리가 적정 두수인 셈이다.

가이드라인을 차치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5]’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의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보면 동물은 종류별, 성별, 크기별, 공격성 여부 등을 고려해 분리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 기본계획부터 잘못...“안락사는 행정편의주의”=이에 당초 동물보호센터 설계 당시 유기동물 수요 예측부터 잘못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동물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센터 계획 자체가 동물보호법과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상 준수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워졌다”며 “기존 센터의 동물을 안락사 조치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박주연 PNR(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공동대표는 “동물보호법에 시설 기준 자체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면서도 “동물단체에서 공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라도 공간이 적합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했음에도 700마리를 수용가능하다고 한 근거는 무엇인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축산과 관계자는 “당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업체에서 전국의 사설 보호센터 등을 다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당성 조사 용역을 기준으로 실시설계를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글·사진=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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