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챙기고 탈출하려는 승객 뒤엉켜 아수라장”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은

기사입력 : 2025-01-30 20:51:28

짐 칸 선반 문 사이로 불 삐져나와
‘불이야’소리 함께 연기 밀려와 긴박

전문가 “기내 화재 연기가 시야 제한
수화물 찾기보다 통제 따라 대피를”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탑승자 전원이 불길이 확산하기 전 탈출해 큰 인명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항공기 화재에 대처할 때 명확한 통제와 협조 등 신속한 대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불길이 기내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 176명이 가까스로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난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 꼬리 부분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승객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화재 당시 상황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한 40대 승객은 “처음 봤을 때 불이 짐 칸 선반 문 사이로 삐져나왔다”며 “불을 끄려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열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았고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려고 뒤엉켰다”고 화재 상황을 떠올렸다. 항공기 앞쪽에 있었던 승객은 “승객들이 전부 착석하고 벨트까지 맨 후 뒤쪽에서 ‘불이야’하는 소리가 났다”며 “별도로 화재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고 연기가 앞쪽까지 밀려왔다”고 했다. 또 임신부 승객은 “화재가 난 좌석 주변 승객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승무원이 ‘짐 놓고 나가라’는 말도 없어 자기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으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일찍이 발견돼 다행히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 같은 화재 대처 시 준수 사항들을 제언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에서 불이 나면 연기로 인해 시야가 제한될 수 있다. 낮 시간대라면 창문 가리개를 올려 시야를 확보한 뒤 바닥등과 비상구 표시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점은 승무원의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며, 귀중품을 챙긴다며 선반을 열어 다른 승객들의 대피 시간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찬근 한국항공대 교수도 “선반 내 수화물에서 발화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것이 만약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라면 싣는 과정에서 충격이나 압력이 가해져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당국 차원에서 저가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기 점검 규정 준수와 정비 상태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기자·일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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