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포럼] 2028학년도 대입 개편확정안에 부쳐-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지난달 20일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확정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은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그리고 대학별 시험 성적 등 고등학교와 정부의 표준화 시험 그리고 개별 대학이 평가한 세 가지 자료를 근거로 신입생을 선발해 오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이 중에서 학생생활부의 학생부 교과 성적 평가를 기존의 9등급 평가체제에서 5등급 체제로 완화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안에서 선택 과목을 폐지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든 학생들에게 필수화하여 융복합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데 있다.
내신 평가를 5등급 체제로 완화한 것은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고등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학생 수업 선택권의 확대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선택 과목에 따라 수능 점수 유불리 논란이 많았던 선택 과목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수능 시험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 보인다. 요컨대 이번 개편안은 고교학점제에서의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면서도 대입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통합교과의 수업과 평가, 나아가 역량 중심의 학교 교육에 보다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의 선택 과목별 출제가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생긴 출제 소재의 중복과 고갈을 피하고 난이도 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등장한 소위 킬러 문항의 비교육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 것은 선택 과목제 폐지를 골자로 한 이번 개편안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이에 더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학능력시험애서 필수화한 것은 2015 개정교육과정부터 강조해 온 역량 중심의 교육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의 수업과 평가를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유난히 높은 우리 학교 현장의 수업과 활동의 대학입시 탄력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새로운 대입 개편안을 계기로 마련된 융합과 역량 중심의 수업과 평가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은 융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주제 중심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사이에 충분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통합교과가 처음 도입된 2015 개정교육과정 초기에는 수업 적용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의 개별 교과별 개념 중심의 수업에 익숙한 교사와 학생에게 교과의 벽을 허물고 주제 혹은 문제 중심의 수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간 현장 선생님들의 자발적이고도 다양한 시도와 노력에 힘입어 주제 중심의 융복합 통합주제 중심 수업은 상당한 정도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교사 간의 수업과 평가 과정에서의 지속적인 협업이 더 장려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학교 안팎의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블록형 수업이나 교사 간 그리고 대학과 고등학교 간 팀티칭 수업을 제도화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에서 시작하여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높이기 위한 학교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이번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필자는 개편안 확정 이후 교육당국이 적극적으로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예시 문항 개발 연구와 교사 및 교수 대상 연수를 강조한 바 있다. 마침 교육부는 이번 하반기에 통합과목의 평가 예시 문항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능하다면 개발 과정에서 현장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고, 통합 수업과 평가 문항의 개발에 공모제 형식을 도입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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