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말줄임표- 김선아

기사입력 : 2025-02-13 08:05:10

첫눈이 와요

탁탁, 다섯 자도 버겁다며 어깨를 털어낼까 봐

보고 싶어요.

이 말도 진부해서 삭제했어요.

그저, 씨앗 다섯 알 고르고 골랐어요.

·····.


☞ -목련이 피었어요, -비가 내려요, -그곳도 보름달이 떴겠지요, ‘-첫눈이 와요’. 지금, 이 순간 네가 생각난다는 말이다. 이는 보고 싶다는 떨림말이며, 내 안에 너를 향한 사랑이 움트고 있다는 증언이기도 하다. 이름 하나 가슴에 새겨놓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결국 말줄임표에 마침표를 찍고 돌아선 날의 기억들! 알알이 키워나가던 그리움의 순수한 감정은 한국인의 특별한 정서라 할 만큼 그땐 그랬다.

인기가요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이정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흐를 때면 이유 없이 환희에 찼던 1980년대 그 겨울의 풍경들.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이 내린다’라는 정호승의 시를 읽다가 혹, 잊힌 이름이 없는지 더듬어 보지만 좀처럼 내리지 않은 경남의 눈 소식 탓에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린 지 오래. 2025년, 벌써 이월이다.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이쯤, 펑펑 눈 소식이나 있으라! 이 땅, 하얗게 덮어 버려라. ‘씨앗 다섯 알 고르고 골라’, 저만치 봄소식에나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익숙한 설렘으로·····. 천융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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