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꿈의 직장 ‘미라이 공업’이 주는 함의-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얼마 전 경남도의회 인턴대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이구동성으로 직업 찾아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좋은 직장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들이었다.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데 이들이 바라는 좋은 직장은 어떤 곳일까? 기억을 더듬다 한때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소개했던 기업이 떠올랐다.
일본의 중소기업 ‘미라이 공업’이다. 1965년 기후현에 창립된 전기용품 제조업체다.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 사장의 유토피아 경영 또는 괴짜경영으로 소문나 있다. 이 기업이 60년 이상을 대기업보다 강한 중소기업으로 살아남는 저력은 무엇일까?
창업 배경부터 특이하다. 부친 회사에서 쫓겨나 연극동호인들과 만든 회사다. 그래서 연극 같은 경영이 이뤄졌을까? 사훈은 ‘쉬어라 일하지 마라 미래를 준비하라’란다.
근로 조건은 어떨까? 하루 7시간 근무다. 공식휴일은 연간 140일, 근속휴가까지 합치면 최대 180일이다. 1년의 절반을 노는 셈이다.
잔업·특권, 작업 목표나 업무지시, 징계도 없다. 출산휴가 3년, 전 직원에게 연 1회 국내여행, 5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보내준다. 승진 심사는 이름 적은 메모지를 선풍기로 날리거나 볼펜을 넘어뜨려 정한다. 한마디로 복불복이다.
이 정도이면 망조가 들었거나 저임금에 비정규직이라는 의심이 들법하다. 제품도 고난도가 아닌 단순 전기 물품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물. 한참 화제가 되던 2005년 종업원 800명 전원 정규직이다. 정년 70세, 매출 2500억원, 동종업계보다 10% 높은 연봉 6000만원의 회사다.
2015년 직원 1200명에 매출 3700억원, 2021년 직원 1221명에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기업들이 휘청거릴 때도 끄떡없었다. 적자가 없는 회사다. 2014년 창업주 사망 이후에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인간경영과 절약을 꼽을 수 있다. 종업원이 주인이고 종업원의 기를 살려야 열심히 일한다는 논리다. 간섭보다는 종업원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달성토록 여건만 만들어 주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대신 자신은 자가용도 없고, 집안에 번번한 옷장도 없다. 가정생활비는 월 200만원으로 늘 빈곤하다.
개선 제안 제도도 빼놓을 수 없다. 제품 관계 유무를 넘어 어떤 아이디어도 좋다. 세상에 없는 것이면 된다. 참여하면 참가비를 주고 등급별로 상금이 높아진다. 월 21건의 제안자도 있다. 1년에 1만 건의 제안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제안들을 제품화한다. 그 결과는 놀랍다. 98%가 특허 상품이고 2300건이 실용신안제품이다. 대부분 단순 생활아이디어지만 대기업과의 경쟁 속에도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독과점 제품이 즐비하다.
종업원의 자발적인 참여도 큰 몫이다. 전기세, 복사비용 아껴 처우 개선에 보태고, 공장수리, 페인트칠 등 웬만하면 직원들이 해결한다. 복불복 승진도 불평 없다. 사장은 종업원 능력은 같다는 생각이고 직원들은 언젠가 나도 대상이라는 인식이다. 우리의 노사문화와 판이하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들이다.
이쯤에서 두세 가지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기업인의 경영마인드 혁신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적재산보호 등 산업정책 혁신도 절실해 보인다.
이어 종업원의 애사심이 돋보인다. 미라이 공업처럼 획기적인 처우를 제시했을 때, 나의 회사라는 마음이 작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태껏 서로 닭 먼저, 달걀 먼저라며 싸우는 형국만 보여 온 탓이다. 그러나 90%가 중소기업인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갈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대책에서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는 핵심이다. 함께 고민하고 합심해야 가능하다. 한시가 급하다. 나 혼자만 이렇게 답답한 마음일까?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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