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포럼] 무병장수를 위한 노력- 박양호(마산대 글로벌한국어문화과 학과장)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속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어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저속노화의 핵심은 자극적인 음식 대신 영양을 고루 갖춘 식단을 지키는 데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통업계에서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잡곡, 닭가슴살, 여러 채소를 재료로 만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등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 먹는 음식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되다니 반가운 일이다.
작년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였다. 2010년 전후로 80세가 되었고 이후 기대수명은 3년 이상 더 늘었다. 이런 통계 결과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이제 주변에서 90대 노인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그렇다면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일까? 아마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아서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 봐 혹은 병원 신세를 오래 지게 될까 봐 걱정이라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다. 필자의 어머니도 늘 그 점을 걱정하신다. 몇 년씩 아파서 누워 지내거나 병원에서 말년을 보내게 되는 걸 누가 원하겠는가. 하지만 병은 때로 갑자기,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많은 사람이 건강 관리에 애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이때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지낼 것인가에 있다. 90세까지 혹은 100세까지 살더라도 스스로 움직여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몸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아픈 곳이 없게 돌봐야 할 것이다.
무병장수(無病長壽)의 행복이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사람들은 노후 생활을 설계하고 건강을 관리한다. 자녀에게 기대 노년을 보내던 시대는 지났고, 다 큰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노인이 늘었다. 자녀가 많지도 않거니와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부모가 연로하다고 새삼 함께 지내기는 편치 않은 것이다.
필자 역시 20~30년 후를 상상해 보면 아이와 함께 살지 않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니 그때 내가 잘 지내려면 아무래도 건강이 필수적이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기대하며 필자는 요즘 운동을 하고 음식을 가려 먹으려 노력한다. 건강 검진을 받고, 아프면 얼른 병원을 찾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유튜브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기도 한다. 아침에 하면 좋은 명상, 자기 전 스트레칭, 저속노화 식단과 같은 영상을 몇 개 시청하고 나니 요즘은 운동, 식사, 영양제 등 건강에 관계된 온갖 영상을 추천해 주고 있다. 채소를 먼저 먹어라,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운동을 해라, 걷기는 숨이 찰 정도로 해야 한다 등 많은 내용을 영상에서 배웠다.
적고 보니 마치 굉장히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 같지만, 사실 필자는 짭짤한 과자와 달달한 디저트를 무척 좋아한다. 다만 예전과 비교할 때 건강을 의식하며 먹고 움직이게 되었을 뿐이다. 이런 노력이라도 해야 나이 들면서 덜 아프고 덜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과자를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저녁에 꼭 운동하러 가야지 다짐하고는 한다.
저속노화 열풍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평균 기대수명은 앞으로도 조금씩 증가할 것이고, 사람들은 무병장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내 몸의 노화는 최대한 늦추고 싶고, 젊고 건강한 모습은 최대한 오래 유지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 아니겠는가. 조금 더 건강하게 그리고 천천히 늙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양호(마산대 글로벌한국어문화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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