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바다 사이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이 ‘사람들’은 바다일 것이다. 거대한 한 바다에 싸여, 지구상에서 인류공동체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물결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다른 해류처럼 서로 지나치게 구분되거나 때로 무모할 정도로 경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시인은 그래서 “모든 ‘사이’는 무섭다 / 모든 ‘사이’는 참담하다”고 했다. 그 섬은 〈섬〉 어디인가? 시인이 이에 대해 이광호 문학평론가와 나눈 대담이 있다.
이 : 선생님 시 가운데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가 있으신가.
정 : 〈섬〉인 것 같다. 그 시는 내가 정말 마음이 괴롭고 외로울 때 쓴 것으로 그냥 마음에 불쑥 떠오른 두 줄이다. 87년 인도에 갔을 때 그 시를 그렇게 좋아하더라.
이 : 〈섬〉이라는 시는 낭만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섬이라는 상징이 유토피아적 의미나 유폐된 공간이라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정 : ‘섬’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그게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살이라는 것이 그리운 것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장 그르니에는 〈섬〉에서 썼다.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다. 그리하여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았으면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현종의 섬이 문학이나 행복이라고 말한 이가 있지만 나만의 시공간에서 나만의 ‘섬’을 비밀스럽고도 겸허하게 가져보는 사람은 나다운 삶에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그 섬에 가고 싶다.
정남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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