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대형 산불] 단성중 이재민 대피소 가보니

‘대다수 고령’ 마을주민들, 건강 악화 우려

기사입력 : 2025-03-25 20:32:08

터전 잃은 충격에 정신적 고통 호소
입구엔 보건의료원 응급차 대기 중
경남적십자사, 닷새째 ‘배식 봉사’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닷새째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다수가 고령인 주민들은 오랜 대피소 생활로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성승건 기자/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성승건 기자/

25일 오후 찾은 산청군 단성중학교 이재민 대피소. 입구에는 산청군보건의료원의 응급차가 대기 중이었다. 이내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주민 두 명이 힘겹게 차량에 올라탔다. 눈조차 제대로 뜨기 어려워 보이는 전행자(73)씨는 “혈압약을 며칠 못 먹었더니 오늘 혈압이 200을 넘겼다”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약을 타러 의료원에 간다”고 말했다. 전씨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 원리마을에서 대피해 닷새째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친 불길로 인해 약조차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왔다. 농촌 지역 특성상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 대다수가 고령자인 탓에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한 주민이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한 주민이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구급차에 탑승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대피소 안에서 만난 김필순(87)씨는 “불이 났을 때 급히 나오느라 평소 먹던 혈압약을 챙기지 못했다”며 “며칠 약을 못 먹다가 그저께 아들이 약을 갖다줘 지금은 좀 괜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 배영순(90)씨는 “이제 약이 이틀 치 남았는데, 다 먹을 때까지 집에 못 돌아가면 어쩌나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은 충격은 깊었다. 최영자(85)씨는 “허리 수술도 했고 양쪽 다리도 아픈데 이제 정신도 오락가락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9살 때 외공마을로 시집왔다는 김수야(89)씨는 “이번 산불로 집이 완전히 타고 감나무 150그루도 다 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산불 발생 당일부터 이어져 온 배식 봉사는 원활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산불 발생 당일부터 배식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단성중학교 교문 입구에는 ‘재난구호급식차량’이 배치되어 봉사자들이 점심 식사 뒷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대한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식기를 세척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5일 오후 산청군 단성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대한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이 식기를 세척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재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식 봉사는 비교적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산불 발생 첫날부터 단성중학교에 ‘재난구호급식차량’을 배치해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 중이다. 봉사자 권태호(62)씨는 “오늘 점심만 250명 가까이 드셨다”며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진휘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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