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대형 산불] 꺼도 꺼도 살아나는 ‘좀비 불씨’ 지리산국립공원도 위협

기사입력 : 2025-03-25 20:28:02

낙엽층 쌓여 강풍에 속수무책
지리산 일대로 확산 노심초사
26일 비소식에도 진화 불투명
동시다발 불 전국 장비 확보전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계속 부는 데다 낙엽층이 워낙 두꺼워 헬기가 끊임없이 물을 쏟아 붓는데도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통합지휘본부 맞은편 구곡산(961m)에는 산불 발생 5일째인 이날도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화재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화재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본부 한 관계자는 “지금 이곳에서 닷새째 헬기로 물을 쏟아 붓고 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낙엽층이 어른 무릎 정도까지 쌓여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부터 잇따라 헬기로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투하했으나 강풍 때문에 불길은 오히려 더 확산하는 모양새다.

본부가 위치한 산청양수발전소전력홍보관 건너편 구곡산 기슭은 바람이 불 때마다 불길과 연기가 되살아나 민가 쪽으로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4시께 구곡산 아래 시천면 동당, 삼당마을 등에는 불길이 마을 근처까지 접근해 군에서는 주민과 등산객에게 ‘즉시 대피’ 문자를 보냈다.

불길이 마을 근처로 내려오자 산청군은 결국 이날 밤 통합지휘본부를 산청양수발전소전력홍보관에서 산청곶감 유통센터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본부를 방문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산불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지사는 본부에 설치된 임시 기자실에서 “언제쯤 완전 진화가 가능할 것 같냐”는 질문에 “지금처럼 바람이 심하게 부는 상황에서는 완전 진화가 어렵다. 비가 와서 자연적 진화가 돼야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비가 예보돼 있지만 강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더 장기화할 수 있다. 박 지사는 “지금 헬기로 진화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낙엽이 깊게 쌓여 있어 비가 충분히 와야 완전 진화된다. 목요일에 비 예보가 돼 있지만 안심하지 못한다. 비가 와도 완전 진화 때까지 계속 헬기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리산국립공원 확산 우려= 불길이 좀체 잡히지 않고 있는 구곡산에서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지점까지 500~600m가량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확산이 우려된다. 산청과 하동 일부 지역은 며칠째 초속 4~9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으며 산청에는 건조주의보까지 발효돼 있다.

통합지휘본부는 헬기 등 장비 240여대와 인력 2000명가량을 투입해 25일 주불을 잡는다는 방침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오전 7시 88%를 보인 진화율은 오후 3시 기준 90%이다. 추정 산불영향구역은 두 지역을 합쳐 1572㏊이다. 전체 불길은 55㎞로 49.5㎞가 진화됐고, 남은 불길은 5.5㎞이다.

◇ 헬기 등 진화 장비 확보전 치열= 전국에 동시 다발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경남도가 헬기 등 진화 장비를 확보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이날 오전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임상섭 산림청장은 헬기 확보를 놓고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이 경북 의성군 상황이 시급하다며 경남도와 상의 없이 헬기 6대를 뺐기 때문이다.

이에 박 지사는 “산청과 하동이 시급하다”며 헬기 지원을 강력 요청했다. 또 경남도는 전남도에 헬기 투입을 요청해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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