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CEO초대석] 김명한 창원 ㈜신승정밀 대표

“대·중견·중소기업 머리 맞대 수출 뚫어야”

항공·자동차·방산 부품 주력 생산

2016년 스마트공장 도입 ‘선발주자’…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 독자 개발

기사입력 : 2019-11-18 21:09:03

“혁신을 통한 토털 솔루션으로 고객과 국가에 기여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항공·자동차 부품, 방위산업 부품 개발에 집중해 온 창원 ㈜신승정밀의 사명이다. ‘국가에 기여한다’는 목표는 기술과 가치를 앞세워 후배 기업인의 롤모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2016년 스마트공장 도입의 선발주자로 나서면서 그 첫 단추를 끼웠다. 신승정밀은 내년 창립 30돌을 맞는다.

김명한(57) 대표는 창원 국가산단의 부침을 오랜 기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내수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창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4일 김명한 ㈜신승정밀 대표가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 스마트공장 내 설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지난 14일 김명한 ㈜신승정밀 대표가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 스마트공장 내 설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전강용 기자/

김 대표는 20대 때 특례병으로 창원 대림자동차에 근무하며 제조업과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면서 여섯 식구의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대기업 월급이지만, 동생들 교육비를 대기는 부족했다. 그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초과근무를 하면 손에 쥐는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중장비 제조 공장에서 기업 운영을 깊이 배울 수 있었고, 협력사들과의 신뢰도 쌓아 나갔다. 그로부터 4년 후 기계 한 대를 구매해 신승정밀을 설립했다. “당시 기계 한 대가 6000만원이 넘었어요. 외상, 리스가 없던 때라 영업 사원이 25평 아파트를 가진 사람 10명이 보증을 서야 한다는 조건을 댔죠. 감사하게도 거래처, 협력 관계에 있는 분들이 흔쾌히 나서준 덕분에 첫 생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4년의 중소기업 근무가 큰 동력이 된 셈이죠.”

신승정밀은 창원 산단 내 삼성테크윈, 한화베어링, 두산중공업 등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영업하기보다는, 명함 정도 건네주는 방식으로 협력사를 찾았다. 대기업은 기존 업체와 분쟁이 생기거나 납품이 제때 안되면 급히 대체사를 찾아야 했다. 그때마다 김 대표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남들 손사래 치는 일을 2~3일 안에 해냈다. 그러면서 협력사와의 신뢰 관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신승정밀은 유도 무기인 천무와 천궁, 한국형 헬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며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명한 대표는 외환·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단순 부품 생산에서 벗어나 독자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7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워 신승정밀만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신승정밀은 민수와 군수 등 자동차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타이어 공기압 조절장치(CTIS)’를 5년에 걸쳐 독자 개발했다. CTIS는 매니폴드, 휠밸브, 에어탱크 등을 이용해 차량 내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넣고, 뺄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국내외 방산 기업과 협의하며 기술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승정밀은 지난 2016년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선발 주자에 속한다. 지금은 스마트공장 수준 4단계 중 2단계에 진입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공장이 제조업의 필수 불가결한 체계라고 하면서도,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스마트기업’으로 나아가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공장은 스마트기업으로 가는 구성품입니다. 제조 공정의 획기적 변화가 생기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스마트 제조 혁신으로 낭비 요소를 줄이고, 그만큼의 비용을 스마트한 인재, 스마트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어려움을 겪는 창원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 뜻을 모아 수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단순 부품 수출보다는 R&D 기반 기술로 해외시장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동차, 원전 등 일감이 줄면서 대·중견·중소기업 모두 어렵고 내수시장도 얼어붙었습니다. 수출에 답이 있는데, 단품은 개도국이 가격 우위를 점했습니다. 우리는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공정 변경, 설계 변경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창원 대·중견·중소기업이 TF를 만들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전보다 창업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창업 생존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예비 창업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김 대표는 조언한다. “20~30대 청년들의 창업 생존율은 두 자릿수도 안됩니다. 정부 지원으로 1년은 유지하겠지만 데스밸리를 넘기는 어렵죠. 저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서 3년 정도 일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사업 계획을 갖고 회사에 들어오면 사장보다 예리한 눈을 가지고 간접 경험을 하면서 창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김명한 대표 : △1962년 충북 괴산군 출생 △1981년 부산기계공고 졸업 △1990년 신승정밀 설립 △2012년 국가산업발전 공로 중기청장 표창 △2015년 9월 스마트공장 우수기업 선정 △2018년 AS9100 Rev.D 항공품질경영시스템 획득 △2019년 국가경제발전 공로 국방부장관 표창 △2019년 10월 현재 이노비즈협회 감사·GNI엔젤투자클럽 회장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전강준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