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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전정현 창원 ㈜한국전자기술 대표

“온오프라인 제조 플랫폼으로 기업 돕고 싶어”

中 디신통과 60억 보조배터리 계약

사드문제로 1년여 만에 수출 종지부

기사입력 : 2019-12-16 21:04:07

“제가 겪었던 고난들이 어두운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로 또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좌절의 연속은 포기를 부르기 쉽다.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창원의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업체 ㈜한국전자기술 전정현 대표는 다소 달랐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게 된 계기”라고 답한다.

전정현 한국전자기술 대표가 휴대용 살균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전정현 한국전자기술 대표가 휴대용 살균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한국전자기술은 2014년 당시 저가경쟁에 매몰됐던 중국 배터리 시장에 안전성·효율은 물론 디자인까지 갖춘 고급형 보조배터리를 선보이며 시장을 흔들었다. 기업을 설립하던 2012년 당시 아이템 고민으로 중국 출장이 잦았던 전 대표는 배터리가 부족해 곤란하기 일쑤였다. 한국처럼 아무데나 충전을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실제 중국 내 전시회에도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배터리로 아이템을 정하고 2년 반 동안 6개 모델을 개발해 중국 전시회에 다니길 3년, 시장에서 반응이 왔다. 당시 중국 최대 오프라인 휴대폰 유통판매회사 디신통에서 무려 300억원가량의 계약을 제안한 것.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제안은 고마웠지만 하드웨어 개발업체 특성상 부품 구매비용 부담이 커 60억원대로 계약을 줄여야 했고 또 2015~2016년 당시 수출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 공사와 금융권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큰 계약을 땄는데 회사는 데스밸리로 들어섰어요. 투자유치를 위해 한 달에 많게는 10번 IR(기업설명회)을 해야 했죠. 수도권에 투자회사가 몰려있어 다른 일은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인의 도움까지 받아 약 3억원의 1차 물량을 보낼 수 있었지만 마침 사드 문제가 발발했다. 여느때라면 아무 일도 아닐 것이 문제가 됐다. 전 대표의 배터리를 위험물질로 규정하며 수출이 어려워진 것. 이후 중국법인에서 만들어 물량을 넣었지만 당초 계약이었던 ‘MADE IN KOREA’도 지키지 못했을 뿐더러 1년이 한참 넘은 때였다. 매년 확장하기로 했던 디신통과의 계약은 이 같은 문제들로 지난해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전 대표는 2017년부터는 공공조달시장 등 내수시장에 눈을 돌렸다. 현재는 휴대용 살균기, 케이스형 배터리, ESS, 미세먼지 센서 등을 개발했고 매년 2개 이상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창업기업들의 양산품 제작을 돕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에도 열정적이다. 기술력 지원을 넘어 견적받기부터 경영·회계·특허·인증 등 컨설팅 서비스도 한다.

“초기엔 개발비의 30%도 안되는 금액으로 개발해줬죠. 남는 게 뭐 있나 싶지만 내수에 집중하기로 하면서부터는 양산 팔로우업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해주는 게 아니라 3개월 정도 교육을 시켜요. 그래야 이들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전자기술업계를 살리기 위한 애정이자 동력이다. 웬만한 소형가전은 모두 중국산인 상황에서 앞으로 백색가전 등 이외 품목도 뺏길 수 있는 만큼 하드웨어 개발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민간 스타트업포럼인 위고포럼을 운영하는가 하면 창업 유관기관과 함께 스타트업 발굴·육성도 열심이다. 전 대표는 자신이 겪었던 것들을 토대로 이들을 돕는다. ‘지식재산권 지키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사업 초 상해 전시회에서 옆, 뒤 업체에서 우리 디자인을 발견했어요. 사업을 접으려다 문득 ‘카피를 할 정도면 반응이 있었던 것’이란 생각이 들어 사업을 이어나간 계기가 됐지만 느낀 게 많았죠.” 모 기관형 프로그램에 참가해 중국에서 IR을 했다가도 디자인을 뺏겼다. 사업초기 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생각 못하기에 그대로 기술을 다 유출하고 오게 된다고.

전 대표는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며, ㈜한국전자기술의 기술력과 축적된 제조 인프라 등을 담은 온오프라인 제조 플랫폼을 개발해 중소기업 및 창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저를 찾아온 개발기업들을 가까이서 도울 수 있도록 창원으로 불러 모으고 있어요. 하드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보다 물품 구매비 부담이 큰 만큼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나 투자 및 테스트베드 기관의 존재가 절실합니다.”

※ 전정현 대표 : △1978년 창원 출생 △2012년 경남대학교 대학원 정보통신공학부 석사 △2013년 ㈜한국전자기술 설립 △2016년 경남테크노파크 경영대상 △2017년 창업벤처 중소기업대상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 △2019년 한국발명진흥회상 △2019년 TCB기술평가 T3등급 획득 우수기술보유기업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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