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침묵의 봄-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기후 변화로 사막화된 지구. 유일한 식량인 옥수수에 의지하며, 생존의 마지막에 다다른 인류는 결국 지구를 대체할 다른 행성을 찾아 헤맨다. 영화 〈인터스텔라〉 이야기는 더 이상 상상 속 미래가 아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2019년에만 2490만명의 강제 실향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40%에 달하는 인구가 매년 기후 변화로 고향을 떠나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세계 최초로 기후난민의 길을 택한 나라가 있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 투발루다. 산호초 섬 국가인 투발루는 1993년 이후 해수면이 9㎝ 이상 상승하면서 9개의 섬 중 2개의 섬이 바다에 잠겼다. 차오르는 물을 막기 위해 방조제를 쌓고 염분에 강한 맹그로브를 심어 사투를 벌여 왔지만 해수면 상승을 막지 못했다. 여기에 바닷물이 지반을 잠식하면서 염수화마저 진행 중이다. 결국 2013년 국가 위기를 선포했다.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탄저병이 발병했다. 이로 인해 순록 2300여 마리가 죽고, 주민 8명이 감염됐다. 역학조사 결과 지구온난화로 영구 동토층의 얼음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노출돼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분석했다. 생물학 무기로도 사용되는 탄저균이 얼어붙은 생물에서도 수백 년간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한, 빙하기 때 봉인됐던 유기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갑작스런 늦추위로 봄꽃 개화가 늦어지면서, 올해도 ‘꽃 없는 꽃 축제’를 걱정하게 됐다. 레이첼 카슨의 책 〈침묵의 봄〉엔 살충제로 마을에 새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이 “새들이 다시 돌아올까요?”라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기후 변화는 인류의 변화를 요구하는 간절한 외침이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봄이 없다는 것, 이보다 더한 침묵은 없다.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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