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에 벼멸구 확산… 경남 피해 급증

8개 시군 1274㏊ 규모 발생 수확 앞둔 농민 시름 깊어져

농기원 “최근 10년 새 최대”

도·지자체 긴급방제 대책

기사입력 : 2024-09-19 21:12:33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경남지역 논벼에 벼멸구 피해가 확산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19일 오후 1시께 찾은 김해시 진영읍 사산리 일대 들녘. 외단계마을회관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목 옆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논 사이로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한 벼들이 둥근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줄기마다 좁쌀보다 작은 벼멸구 수십 마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벼 밑동에 붙어 양분을 빨아먹는 벼멸구가 확산하면서 벼가 말라 죽고 있는 것이다.

19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사산리 한 들녘. 벼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곳과 벼멸구 피해지역이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전강용 기자/
19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사산리 한 들녘. 벼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곳과 벼멸구 피해지역이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전강용 기자/

50년째 진영에서 6611㎡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편규장(71)씨는 “일주일 전부터 온 논에 벼멸구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 날이 계속 더우니까 벼멸구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남도농업기술원(경남농기원)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천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거창군, 합천군 등 도내 8개 시군의 논 1274㏊에서 벼멸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김해시와 창원시 등 현재까진 피해 규모가 비교적 적은 시군을 제외한 다발생 지역의 피해 규모만 집계한 수치다. 피해가 확산하자 산청군은 예비비 3억6000만원을 투입해 무인헬기와 드론 등을 활용해 3000㏊에 긴급 방제를 실시했다.

벼멸구는 6~7월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돼 벼 포기 아래에 서식하면서 양분을 빨아먹고 고사시키는 해충으로 수확량과 품질에 악영향을 준다.

경남농기원 기술보급과 관계자는 “경남의 경우 작년에는 벼멸구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최근 10년 사이 최대 발생으로 보이는데,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벼멸구가 2~3세대를 거쳐 밀도가 증가해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 긴급 방제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 긴급 방제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농가들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방제 대책 지원을 호소했다.

창원시 동읍 용정리에서 16만5289㎡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정상홍(66)씨는 “쌀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인건비와 농자재값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며 “벼멸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데 추가 방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씨는 ”공동방제 3번까진 시에서 보조를 해줬는데, 4번째부턴 자부담 100%라서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도는 20일 시군방제협의회 영상회의를 열어 시군별 대응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지난 후 진주와 김해 등지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선, 시군 예비비로 방제를 요청하고 농협의 벼멸구 방제용 약제 보유량을 파악해 시군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상호·김태형 기자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


  • -----test_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