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청춘과 낭만과 밴드와 나- 차상호(지방자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4-10-30 19:20:40

‘바위게’라고 놀렸다. 아들은 정색했다.

얼마 전 마산대학교에서 열린 축제에 간다며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갔다. 아들은 집돌이라 잘 나다니지 않는 데다 학교와 학원도 걸어서 다니는 곳이라 연예인을 보러 대학 축제까지 버스까지 타고 가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대학 축제가 아니라 정확히 말해 QWER이 와서 보러 가는 거였다. 고려대 응원제인 입실렌티(IPSELENTI)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까운 대학 축제에도 온다니 드문 일이긴 하다. QWER은 아이돌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걸밴드다. BTS 팬들의 이름이 ‘아미’인 것처럼, QWER의 팬을 ‘바위게’라고 부른단다. 아들은 친구가 ‘바위게’라고 항변한다.

이름이 왜 QWER이고 바위게는 또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자세한 설명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추천한다. 학생들의 선호 직업 1위가 ‘크리에이터’라는데, QWER 멤버 대부분이 크리에이터다. 각자 자신만의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며 팬층도 갖고 있는데, 역시 크리에이터인 ‘김계란’의 덕질(?)로 시작된 일이 커져서 정식으로 데뷔하고 최근에는 음악방송 3곳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단다. 물론 가장 최근에 블랙핑크 로제와 그 유명한 브루노 마스가 낸 ‘아파트’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기록 중이지만, QWER 전에도 밴드인 데이식스 음원이 역주행하며 여러 곡이 음원사이트를 점령하고 있고, 밴드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무튼 우리가 흔히 아는 연습생부터 시작해 보통 몇 년을 노력해 데뷔하는 아이돌과는 다른 경로와 히스토리로 탄생한 QWER.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는 이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란도 있는 듯하지만, 유튜브에 보니 어떤 채널에서는 이들의 인기 비결은 청춘과 낭만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고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과 차를 타고 가면 늘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TOP 50 같은 것이라 아무래도 아이돌 음악 위주인데, 요즘에는 데이식스와 QWER을 비롯해 좀 더 장르가 다양해져서 듣기 편해졌다고나 할까. 밴드의 인기에 대한 댓글의 평가도 그렇지만 일단 노래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용과 의미는 물론이고 한글로 된 가사에 대한 칭찬도 많았다. 세계인이 즐기는 K-POP이어서 그런지 제목부터 가사까지 영어가 너무 많아서 들으면서도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데이식스나 QWER은 대부분 한글 가사여서 좀 더 와닿는 게 있달까.

40대 끝자락에 있다 보니 청춘과 낭만이라는 말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싱어게인이나 슈퍼밴드 같은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 그것도 이제 20대, 30대들이 청춘과 낭만을 노래하는 옛날 노래를 재해석해 불러서 감동을 준다. 김창완, 최백호, 조용필 등 정작 나보다 윗대에 유행했을 노래들을 말이다.

그런데 이제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 입버릇처럼 ‘낭만’을 말한다. 나였으면 ‘느낌 있네’라고 했을 것을 말이다. 처음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라 쓰는 말인가 했지만, 중딩이 낭만을 얘기하다니 싶다가도 남녀노소 청춘과 낭만의 시대인가도 싶다.

그것이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팍팍한 삶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글픈 현실에서 마음속으로나마 도피하고 싶어 찾게 되는 청춘과 낭만이 아니라, 바로 지금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청춘과 낭만이라니 멋지다. 나도 가 볼걸. 대학축제.

차상호(지방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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