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역사의 산증인- 차상호(지방자치부장)

기사입력 : 2024-12-04 19:19:11

북방유목제국인 흉노의 묵돌 혹은 묵특선우는 ‘명적’이라는 화살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자신이 날린 명적을 따라 친위부대 역시 그 방향으로 화살을 쏘도록 훈련했다. 처음에는 동물이었겠으나 자기 여자에게도 명적을 날렸고, 따르지 않는 이들을 처단했다. 결국 자신의 아버지에게 명적을 날리자 수많은 화살은 같은 곳을 향했다. 강대한 흉노제국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계엄’에 대한 질의에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군인들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후 ‘시대적으로 맞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다만, 군인들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1979년 12월 서울과는 달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16번이었고 비상계엄은 12번이었다. 1979년, 이른바 10·26사태 당시 발령된 계엄령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40년도 넘은 지금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다. 45년 전 계엄을 겪은 이들도 있겠으나, 계엄이라는 말이나 계엄군의 모습을 실제 듣거나 본 이들이 얼마나 되겠나. 눈 온다고 비가 많이 온다고 지진이 났다고 긴급문자는 와도 초유의 계엄 사태가 벌어진 것을 모르고 잠에서 깨어난 국민들도 많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우리 모두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봤던 혹은 다른 나라 얘기로 듣던 계엄령과 계엄군을 목격하는 상황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또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보고 참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차상호(지방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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