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둥근 해가 떴습니다- 차상호 (지방자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5-01-02 08:06:55

그 해가 그 해인데 뭘 또 유난스럽게 해를 보러 가느냐고 하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집이 동향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해에 눈이 부셔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지라 새해 해맞이는 거의 가보지를 않았습니다. 그래도 새해 첫 해맞이를 한 적은 있습니다. 연애할 때로 기억합니다. 울산 간절곶 해맞이를 보러 갔는데 해는 기억에 없고 주차가 너무 힘들었고 추웠던 것만 남았습니다. 아마도 두 번째는 12월 말에 신혼여행을 갔다가 1월 1일에 돌아오면서 비행기에서 새 해를 봤습니다. 하늘에서 보는 새 해는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물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지자체에서 하는 신년 해맞이 행사 취재는 여러 번 갔었지만 ‘일’로 간 것은 제대로 된 해맞이라 할 수 없죠.

2025년 1월 1일에는 조금 서둘러 나왔습니다. 휴일이라 평소보다 도로는 한산하고 차가 막힐 일도 없지만 일이 많기도 하고 일찍 출근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출근이라고 더 나오기 싫다거나 하는 건 없습니다. 20년 넘게 일하면서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게 익숙해져서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창원 소계광장에서 창원대로를 타고 한국산업단지공단까지 왔습니다. 하늘에 구름도 없이 쾌청한 데다 유난히 눈부신 새해 첫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요.

지난해라고 하기엔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내 일도 골치 아프고, 생업에만 전념해도 힘이 드는데 온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걱정을 하고 있죠. 초유의 탄핵 정국에 대행에 대행까지 전례 없는 현대사의 한중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환율은 빨간색, 주가는 파란색이었던가요. 나라 경제가 어떻고 하는 일들도 물론 중요하고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당장 기름 넣을 때마다 바뀌는, 그것도 비싸게 바뀌는 기름값에 당황합니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또 우리는 많은 시간과 그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에 또 크게 영향을 주는 경제를 되살리려면 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탄핵 정국임에도 예정했던 행사를 하라고 독려했지만, 여객기 추락이라는 커다란 슬픔에 연말연시 많은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도청을 비롯해 김해, 진주, 통영, 사천, 하동에도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고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경남도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재해복구기금을 통해 마련한 성금 2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했다고 합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고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을 이달 말까지 진행합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얼마 전 본가에 가는 길에 가로수에 붙은 현수막이 기억에 남습니다. 월촌마을 누구네 셋째가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합격해 축하한다는 내용입니다. 2월에는 많은 이들이 졸업을 하고, 3월에는 또 많은 이들이 신입생이 되겠네요. 또다시 시작입니다.

그 해가 그 해지만 그래도 새해는 좀 다르겠죠. 아무튼 1년이라는 세월을 우리는 또 열심히 살아왔고, 그렇게 또 열심히 1년을 살아갈 것입니다. 나이 먹는 게 제일 쉬운 게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막상 지나고 보면 말 그대로 지나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우리는 매일 절감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또 일어납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차상호 (지방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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