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키클롭스가 보지 못한 세계- 서재명(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등장한다. 거대한 체구와 힘을 가졌던 그들은 전설 속에서 용맹한 전사로 묘사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한계를 가졌다. 바로 눈이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키클롭스가 두 눈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당시 적이었던 오디세우스의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격필살했으며, 현대에 살고 있다면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3D 영화를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인간이 두 눈을 가졌다는 사실은 단순히 시야 확장을 넘어서 우리가 깊이와 입체를 경험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양안을 활용한 시각 정보 처리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두 눈이 완벽하게 정렬된 경우는 드물고 수직·수평 비대칭과 움직임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뇌는 끊임없이 이를 조정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두 눈을 움직이는 데에만 전체 뇌신경의 25%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차이가 두 눈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두 개의 이미지로 인식되거나 깊이감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목표물을 볼 때 대부분 한쪽 눈이 아주 미세하게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마저도 뇌가 보정하여 하나의 통합된 영상으로 변환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눈이 항상 완벽하게 정렬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약간의 불일치가 있어도 뇌가 이를 충분히 보정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불편하게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환경, 가령 정확한 거리 인식으로 빠른 반응을 해야 하는 조종사와 운동선수 등의 경우 양안 정렬이 조금만 어긋나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입체 인식을 최적화하는 보조 도구나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는 대표적인 방법들 중 하나가 프리즘 안경이다. 프리즘 렌즈는 눈의 정렬 차이를 보정하여 양안의 시선이 나란하도록 도와준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프리즘 안경을 착용한 후 시각반응 속도와 작업 효율이 개선되었으며, 특히 항공 조종사나 스포츠 선수처럼 순간적인 깊이 인식이 중요한 분야에서 큰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완벽한 시각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기술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정밀한 GPS, 나노 단위의 관찰 기법 등으로 점점 완벽함을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밀함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마찬가지로, 눈도 기계처럼 늘 완벽하게 정렬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각적 한계를 이해하고 필요할 때 이를 적절히 보완하여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키클롭스는 한쪽 눈만 가졌다는 이유로 깊이와 입체를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눈을 가진 인간도 여전히 완벽한 시각을 얻지 못했다. 결국 완벽한 시각이란 절대적인 가치라기보다 우리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뇌는 불완전한 시각을 보정하여 우리가 불편함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보정 과정이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가령 구기 운동이나 자동차 운전처럼 순간적인 거리 판단과 빠른 반응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미세한 양안 정렬의 차이조차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적절한 시보조기구와 시기능 훈련을 활용하면 뇌의 부담을 줄이고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시각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결국, 완벽한 시각이란 단순히 두 눈이 정렬된 ‘상태’라기보다 환경과 필요에 따라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는 단순한 시각적 적응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균형을 찾고 적응해 나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서재명(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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