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비수도권의 도원결의, 행정통합- 김웅섭(창원시정연구원 창원항만물류연구센터장)

기사입력 : 2025-02-16 19:23:33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맺은 ‘도원결의’는 그들 간의 강한 유대와 공동의 목표를 나타냈다. 이는 단순한 결속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는 여러 국가와 지역이 생존과 번영을 위해 통합을 이루어 목표를 달성했던 사례가 있다. 독일의 통일은 동·서독이 하나로 결속하여 경제적, 정치적 발전을 이루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연합(EU)도 개별 국가들이 연합하여 경제 및 정치적 협력을 극대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수도권 일극화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경제와 도시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들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경제 성장의 기회가 줄어들고, 청년층 유출이 심화되면서 지역 소멸의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도와 부산시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며,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변경이 아니라,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하고 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경남·부산 행정통합은 단순한 필요성을 넘어 그 타당성이 중요한 논의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통합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과거 창원·마산·진해의 행정통합 사례를 들며 정치·행정 주도의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통합이 결국 화학적 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행정구역이 통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의 경제적, 사회적 시너지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으며 특히, 기존에 추진됐던 ‘부·울·경 특별연합’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통합은 시대적 흐름이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러한 변화는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은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남·광주, 대전·세종·충남·충북 역시 행정통합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이 연합하여 경쟁력을 키우려는 이러한 흐름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행정통합 추진이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단순한 ‘희망회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행정통합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주민들의 참여와 동의 없이 진행되는 행정통합은 결국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경남·부산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통합의 성공은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존중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그 결과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며, 행정당국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사회적·문화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통합이 단순한 행정 구역의 변경이 아닌 실질적인 발전과 성장을 동반할 수 있도록 면밀한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남과 부산의 행정통합은 비수도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회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제 연합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행정통합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기대가 아닌,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때다.

김웅섭(창원시정연구원 창원항만물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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