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채용 비리’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전국 7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채용 등 실태’ 감사 보고서를 접한 국민들은 ‘선관위의 부패 복마전’을 보는 듯해 큰 충격에 빠졌다. 감사원이 선관위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등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고, 2013년 이후 11년 동안 시행된 선관위 직원 경력채용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남선관위에서도 지난 2021년 7월 당시 과장이던 A씨가 의령군청 공무원이던 자신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동료에게 지원서를 건넸고, 직원들은 면접점수가 적힌 파일을 조작하면서까지 A씨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그런데 특혜 채용 관련자들은 엄청난 채용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반성은커녕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답변한 사실도 공개되면서 더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준다. 또 2021~2022년 경력채용 때 선관위 인사담당자 등도 선관위를 ‘가족회사’라고 지칭하거나 선거만 잘 치르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년 동안 878건의 아빠찬스에 의한 조작과 불법 취업이 횡행하는 동안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젊음을 바쳐 노력한 많은 청년들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무능과 불운을 한탄했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선관위 손을 들어줘버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국민들은 선관위의 부정·부패를 제어할 수 있는 상시적 시스템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감사원이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가 아닌 선관위 직원들의 ‘일반행정·사무 업무’까지 감사할 수 없다고 하는 헌재의 결정을 납득 못하고 있다. 선관위의 탈법적·반시대적 ‘부정 행정’을 막아내지 못하면 더 많은 청년들이 좌절과 패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개혁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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