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시집을 받아 들고 - 김경옥
기사입력 : 2025-01-23 08:43:07

시인의 입술이 우편함에 물려 있네
생을 담다 눈물 닦으며 한 올 두올 엮었을
그 얼굴 가만 꺼내주네 그의 말에 귀를 여네
시린 날 햇살 같은 낱말을 그러모아
갖춘마디 하나씩 초점에 집중하면
마침내 붉게 타오를까
까맣게 모여든 빛
얼음장 녹고 있는 볕 좋은 봄날 강물 아래
설레는 목소리 갈피마다 여울져
이제는 내가 답할 차례
붓을 다시 세우네
☞새해부터 보내온 시집이 우편함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낸 이를 확인하고 시인과 무언의 소통을 시작한다. ‘한 올 한 올 엮었을’ 그의 말은 곧 나의 말이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한다.
시인이 시를 쓰고 시집을 발간한다는 것은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시집은 자신의 내면세계, 철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록하는 역할을 가진다. 시인으로서의 경력을 확립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는 시집은 시인의 메시지다. 개인적인 성취감과 자부심 또한 못지않다.
여기 ‘시집을 받아 들고’ 곧 자신의 시집처럼 세상과 연결시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얼음장 녹고 있는’ 볕 좋은 봄날에 ‘설레는 목소리 갈피마다 여울져’ 흐르기를 갈망한다. 시를 쓰는 행위는 ‘눈물을 닦으며’ 햇살 같은 낱말로 채워나간 시편들이 ‘갖춘마디 하나씩’ 결실을 맺어 세상 밖으로 나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살아남기를 열망한다. 또한 시를 쓰는 동안은 치유와 성찰의 시간이 보상처럼 따른다. 그러니 다시 붓을 세워 시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마련이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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