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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⑥ 김주경 시인

사람이 꽃이다

기사입력 : 2020-04-13 08:01:10

1.

봄날의 경화역엔 사람도 꽃이 된다

풍경을 가득 채운 연분홍 꽃말들로

만취한 걸음의 파동들이

쏘아올린 환호성


2.

약속처럼 봄은 와 가지마다 지절대고

인적 없는 역사에 꽃부림 한창인데

무관중 갈라쇼인 듯

표정들이 밍밍하다


이제야 알듯하다

꽃자리의 배후를

축제에 기대보는 봄날의 위안처럼

꽃잎도 어깨 한 번 툭, 쳐주는

사람의 온기로

핀다는 걸


☞ 시인의 말

긴 겨울을 견디고 선물처럼 찾아온 봄꽃들의 축제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꽃구경은 커녕 문밖을 나서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흥을 돋우는 상춘객도 없이 저들끼리 피었다 지는 꽃들의 축제도 어딘지 허전하고 밍밍해 보입니다. 2주일, 또 2주일 …,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막연함에 하루하루가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에도 면역이 생기는지 조급하던 마음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더니 슬슬 용기도 더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봉사로 코로나19의 확산도 줄어들고 일반인들은 자기관리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세기적 대란을 일으켰던 마스크 보급도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마음으로 힘을 합친다면 두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젠 마음의 거리를 당겨 함께 잘 견뎌보자며 서로의 어깨 한 번씩 툭, 쳐줍시다. 사람에겐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꽃입니다. (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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