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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춘문예 출신 작가, 코로나 극복 시·시조 응원 ⑪ 정선호

그해 봄날의 유감(有感)

기사입력 : 2020-05-11 08:00:31

그해 봄바람 불고 꽃들은 제 숙명대로

여느 해 봄같이 하염없이 피고 졌는데요,

마음에 봄이 오지 않은 사람들은 속절없이

꽃들과 새싹들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직장이 아닌 집안에 머물러 일을 했거나

학교 대신 집에서 수업을 하였지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알 낳고

염소들 새싹을 뜯어 먹는 동안

들판과 거리엔 마스크 쓴 사람들 오고 가고

경건하게 사람들 사이를 벌렸지요

시장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드물었으며

지구에는 침묵과 적막만이 가득했지요


자연은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변한 거였나요?


쉿, 귀를 열고 가만히 추억해 보세요

사람들은 오랜만에 집에 자주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밥을 먹었지요

유행병으로 고생하는 이웃들을 도왔으며

떨어져 지내는 직장의 동료와 친구들,

선생님들을 많이 그리워했지요


무엇보다 사람들은 저마다 앞으로

유행병이 생기지 않을 방도를 생각했지요

사람이 만물의 영장임을 내세우지 않고

자연의 하나임도 분명히 알아갔지요

유행병의 원인을 너무도 잘 알아

치료약을 만들어 유행병은 사라졌지요


그해 봄, 유행병으로 사람들 더 가까워졌으며

서로 경쟁보다는 사랑을 하게 되었지요

나라와 민족 사이에도 반목보다는 도움을,

맑고 건강한 지구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했지요


☞시인의 말

인류 역사에서 올해의 코로나19 같은 유행병 질환이 많이 발생했다. 의학과 과학이 크게 발달하기 전에는 세계적인 대유행병으로 수천만 명의 사람이 죽기도 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유행병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치료를 해왔다. 그때마다 발전한 의학과 과학으로 유행병의 원인을 밝혀 백신을 만들고,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바꾸어 왔다. 최근에는 사스나 메르스, 올해의 코로나19와 같은 질환의 주원인이 인간이 먹는 동물의 바이러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유행성 질환의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며, 유행병이 발생한 뒤에는 전염을 막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길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며,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국가 간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면 미래에는 필자의 시와 같이, 더 이상 세계적 유행병이 생기지도 전염되지도 않고, 세계의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내며, 가끔은 2020년의 코로나19로 고생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의 봄꽃을 피울 것이다.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