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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청년예술인 (20) 연극 음악감독 이영섭

연극과 딱 어울리는 음악 위해 오늘도 작곡 중입니다

기사입력 : 2023-09-21 21:31:49

밴드음악에 빠져 보컬·가수 생활하며 작곡
연극과 인연 맺으며 경남 무대서 활동 활발

지난해 밀양공연예술축제 등 주제가 제작
매년 뮤지컬 등 연극음악 20여곡 작곡도

“지역문화예술발전 위한 페스티벌 기획중
수도권 집중 인프라 지역 분산 역할 기대”


“대본에 딱 맞는 음악을 작곡해야죠.”

연극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그 상황에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딱 들어맞아야 한다. 음악이 너무 튀면 배우의 연기가 죽고, 음악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극적 효과가 떨어진다. 공연에서 성공하기 위해 음악감독은 배우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지만, 그 역할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알아주는 사람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극단 아시랑(단장 손민규)’의 이영섭 음악감독은 35세(1988년생)로 연극계에서 젊은 음악감독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2022년(22회) 밀양공연예술축제와, 같은 해에 있었던 40회 대한민국연극제 in 밀양 주제가를 작곡했으며, 매년 연극음악 20여곡을 작곡하고 있다.

이영섭 음악감독이 양산 시민교실에서 음악, 발성, 화술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이영섭 음악감독이 양산 시민교실에서 음악, 발성, 화술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9월 초 강의가 있는 날을 택해 양산시 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인 ‘극단 아시랑’으로 그를 찾아갔다. 희곡이 문학의 꽃밭에서 한 장르의 꽃이라면 배우나 관계자는 꽃을 찾는 벌과 나비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벌과 나비와 같은 손님이 없다면 빛을 발산하지 못하고 쓸쓸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를 만났다. 배우 지망생들이 양산문화예술회관 지하에 모여 내달 22일 무대에 올릴 ‘아름다운 사인(장진 作)’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습장엔 모두 시작 시간보다 일찍 나와 예습하면서 즐거운 웃음이 넘쳤다.

양산시에서 어떻게 시작했고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영섭 음악감독에게 물었더니, “상주단체로 지정된 후 수강생 20명 정원으로 모집공고를 내자 연극공부를 하겠다고 39명이 신청서를 냈다. 면접 과정에 신청자들의 의욕이 너무 뜨거운 것을 보고 회의를 열어 모두 다 받은 후 2개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수업 진행은 이영섭 음악감독, 김수현 배우, 최원봉(경주시립 수석단원) 강사 세 사람이 하고 있었고, 이영섭 음악감독은 음악· 발성·화술을 맡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20대에서 70대로 직업도 다양했다.

소설은 고독하고 철저하게 혼자서 하는 작업으로 좋은 작품일 경우 오랫동안 읽히는 반면에, 연극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연습하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허무하고 우울하기까지 할 것 같은데 불꽃을 찾는 부나비와 같은 정열을 가진 연극인들은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방문에서 연극 인프라가 전무한 양산시에 연극의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음을 직접 느끼고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이 김수현 배우와 함께 대본을 보면서 음악과 발성, 화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감독이 김수현 배우와 함께 대본을 보면서 음악과 발성, 화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영섭 음악감독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더니, “양산시에서 음악감독의 역할은 물론이고 나아가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2014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끊임없이 페스티벌 개최에 필요한 구성원들을 모으고 있는데, 현재 3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있다. 10여 년에 걸쳐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앞으로 양산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문화예술 인프라 일부가 지역으로 분산되는 작은 역할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의욕에 차 있었다.

젊은 나이에 작곡과 연극에 몰두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 어릴 때 꿈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초등학교 때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다. 그때 썼던 일기장을 들추어 보면 하루의 단순한 일과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온갖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그때 나이가 어려 개연성 없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상상력만큼은 오히려 현재보다 더 뛰어났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음악은 6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9세 때부터는 바이올린을 해 중3 때까지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상을 받기도 했으나, 오히려 백일장과 독서경연대회에서 10여 차례 상을 받았다. 중3 때부터 신해철 선생님이 새벽 2시에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주 들으면서 밴드 음악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작곡, 연출, 기획 등 여러 가지 재능이 있는데 그중에 특기가 무엇인지 묻자, 작곡이라 말하면서 과정을 소개했다. “음악 활동의 시작점은 2002년(14세) 인디밴드 로드스터에서 키보드 겸 서브 보컬로부터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밴드 디스토션에선 메인 보컬로 활동했다. 2006년 부모님의 권유로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으나, 마음은 온통 음악에 있었고, 선배들이 결성한 ‘두리’라는 음악동아리가 있음을 알고 바로 입회해 지금까지 유대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보컬에서 노래하면서 가수가 되기 위해 그는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 서울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에 있는 모 기획사가 주최한 오디션에 합격해 훈련을 받으면서 행사 위주의 전속 가수 생활을 하던 중에 군에 입대했다. 기획사 3년 경력이 인정돼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불게 되었고, 다시 이 경험으로 훗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이 연극 관계자와 함께 대본을 보면서 음악과 발성, 화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감독이 연극 관계자와 함께 대본을 보면서 음악과 발성, 화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2006년 대학 신입생 때 만나 결성한 신석기밴드가 있는데, 상황에 따라 대학 때 활동한 음악동아리 ‘두리’ 단원들이 유기적으로 교체되며 정기공연 및 각종 직장인 밴드대회와 밴드 페스티벌에 구성원으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영감이 떠올라 작곡을 하면 처음 선보이고 평가를 받는 자리가 신석기밴드라고 말했다.

연극과의 인연은 2018년 ‘극단 말과 말 사이’에서 처음 연극을 시작했고, 2020년 밀양연극촌에서 운영 중이던 청년 K-STAR 프로그램에 합격해 이때부터 경남의 무대에서 활동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경남교육청 공익광고를 작곡했고, 2580 대리운전 등 축제 주제가, 광고 CM 등을 작곡하기도 했다. 광고뿐만 아니라 뮤지컬, 발레, 마당극 등에서도 많은 작곡을 했다.

근래에 작곡한 주요 연극 음악을 살펴보면, ‘나의 요정 친구’, ‘아기 고양이의 소원’, ‘말괄량이 삐삐와 검은 머리 해적단’, ‘찍찍밴드’, ‘헨젤과 그레텔’, ‘자명교 10대 교주’, ‘만복사’,‘심야의 지하철’, ‘해피 데이즈’,‘청춘연가’, ‘백조의 노래’, ‘후궁박씨’, ‘몽심’, ‘그대는 봄’ 등이 있다. 그의 하루 모든 일정은 연극에 맞추어져 있고, 관심은 온통 연극 공연과 연극음악 작곡에 있다.

조평래(소설가)
조평래(소설가)

조평래(소설가)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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