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106) 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사는 연희

엄마·아빠 없어도 웃음 잃지 않는 자매 “할아버지랑 있을 때가 제일 좋아요”

기사입력 : 2025-03-10 21:14:33

부모님 이혼으로 할아버지 ‘생계 뒷바라지’
지적장애 가진 할머니까지 돌봐야 해
일용직 월급으론 네 식구 생활하기 빠듯
상처 잊고 학업 전념 위해 사회 도움 절실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유일한 보호자인 할아버지가 아프면….”

연희(10·가명)는 여동생과 외갓집에 살고 있다.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한 연희 부모님은 잦은 다툼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결국 이혼해 갈라섰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연희를 떠났다.

아버지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머니는 몇 년 전 재혼해 새로운 가정에서 자녀가 생겼고, 아이들의 양육을 거부해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애들의 양육은 오로지 외할아버지의 몫. 외할머니도 같이 살고 있지만 지적장애와 정신질환을 갖고 있어 양육은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요리하거나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작은 일도 하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혹여 있을 사고 때문에 손녀들과 할머니만 같이 있는 상황을 안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힘든 점이 많다.

할아버지는 인근 조선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터로 나가 저녁에 귀가하는 고된 노동이다. 주말도 없이 일해 지쳐 있지만,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꼼꼼히 챙긴다. 연희는 “할아버지랑 같이 있을 때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할 정도.

하청업체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 급여는 200만원 초중반으로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 원래 부산에서 살다가 경남지역으로 이사 오면서 빚도 많이 늘었다. 집이 많이 낡아 지난 겨울에는 보일러가 고장 나 가족들이 고생한 적도 있다. 다행히 지역 복지재단에서 도배를 새로 해주고 가구를 기부해 지금은 상황이 예전보다 나아졌다. 아이들에게 없던 책가방도 선물하기도 해 할아버지는 감사할 따름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연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연희는 태권도장에 다니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성격도 밝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더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가정 형편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렇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녀들이 원하는 학원을 다 보내기에는 생활비가 부족하다. 마음 같아서는 다 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희 여동생인 은희(9·가명)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크고 있다. 은희는 친구들을 웃겨줄 때가 제일 행복해 개그맨이 되는 게 꿈이다. 아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잊고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도움이 절실하다.

아동보호전담요원은 “아이들은 어머니의 연락 두절, 아버지의 수감으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다행히 할아버지께서 잘 키우고 있지만, 건강이 악화할 때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사라진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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