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보상이 만드는 더 큰 나눔- 이정우(경남혈액원장)

기사입력 : 2025-03-12 19:13:43

현대사회에서 어떤 일이든 실행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 결과에 따라 칭찬과 비난이 생기고, 잘된 일에는 보상이 주어지곤 한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마주한다. 직장에서의 승진, 성과에 따른 상여금, 그리고 이웃의 따뜻한 격려까지. 이처럼 보상은 우리의 동기를 강화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보상의 힘은 나눔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나눔은 남몰래, 조건 없이 이뤄져야 가치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나눔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보상이 오히려 더 큰 나눔을 이끌어낼 수 있다. 헌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헌혈은 타인을 위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혈액을 조건 없이 나누는 숭고한 행위다. 주목할 점은 헌혈자들에게 제공되는 ‘작은 보상’이다. 헌혈 후 받는 기념품은 생명나눔에 대한 감사와 헌혈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끄는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로 작용한다. 대한적십자사는 2011년부터 헌혈 후 기념품 대신 해당 금액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용하는 ‘헌혈기부권’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헌혈자가 받을 수 있는 기념품 대신 이에 상당하는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생명나눔과 물적나눔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헌혈기부권을 선택하면 연말정산 시 헌혈 횟수와 상관없이 15%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자동으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 반영된다. 작년에는 전국에서 21만여명의 헌혈자가 기념품 대신 약 14억원에 달하는 헌혈기부권을 선택했다. 이 기금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백혈병어린이재단 등 8개 기관을 통해 희귀질환 아동 의료비 지원, 자립청소년 지원과 취약계층 고등학생 93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데 활용됐다. 경남에선 1만600여명의 헌혈자가 약 6500만원 상당의 헌혈기부권을 선택해 헌혈을 통한 생명나눔에 더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나눔에 동참했다.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어릴 때부터 나눔 교육을 통해 사회 환원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형성해 왔다. 우리 사회 또한 헌혈을 비롯한 다양한 나눔 활동에서 적절한 보상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다. 물론, 나눔의 본질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순수한 동기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 생명나눔을 실천한 헌혈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말 한마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제공하는 작은 기념품, 그리고 헌혈기부권을 통해 확산되는 나눔의 가치가 모여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해질 수 있다.

헌혈과 기부는 개인의 선의를 넘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대한적십자사 헌혈기부권 사업은 헌혈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생명 나눔과 물적 나눔을 동시에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헌혈기부권 제도가 앞으로도 헌혈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우(경남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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