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익명부부 “사후 재산 기부하겠습니다”

경남 첫 유산 나눔 ‘레거시클럽’ 가입

부동산 등 5억 상당 ‘사회 환원’ 서약

유해는 의학연구용으로 기증 약정도

기사입력 : 2025-03-12 20:42:10

“사회에 환원하려고 오래전부터 고민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 몸까지 전부요.”

양산에 사는 익명의 부부가 이 같은 뜻을 전하며 사후(死後) 수억원의 자산과 유해를 모두 기증하겠다고 서약했다.

양산시는 이 부부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유산기부 프로그램인 ‘레거시클럽’에 도내 최초로 가입했다고 12일 밝혔다.

양산에 사는 익명의 부부가 작성한 유산기부 서약서./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양산에 사는 익명의 부부가 작성한 유산기부 서약서./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 클럽은 2013년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사후에 남게 될 자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부하기로 약정하거나, 고인이 남긴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부하는 사랑의 열매 유산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그동안 이 같은 기부 프로그램이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결심을 하더라도 법적 유언 공증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하는 탓에 도내에선 사례가 없었다.

70대 남성과 60대 여성 부부는 이번에 유산기부 서약서를 작성하며 성명에 ‘익명 부부’라고 썼다.

또 후원 사연에는 ‘사회 환원’이라 큰 글씨로 남겼다. 이번 서약으로 부부는 사후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약 5억원 상당을 기부하게 됐다. 아울러 부부는 사후 유해를 양산부산대병원 외과병원의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부 서약에 따라 지난 10일 공증변호사 선임 및 법적 공증을 모두 마쳤다. 이후 모금회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사후 전체 재산에 대해 유언 집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부부는 건강하시며, 사회 환원을 위해 오래전부터 고민을 하셨다”며 “퇴직을 하신 뒤 생활을 하시면서 나중에 다 남기지 않고, 나눠주고 가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기부자의 숭고한 나눔 실천이 지역사회에 선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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