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 도내 업계 위기 속 기대

볼트·스프링 등 파생제품도 포함

기존 쿼터제·예외적 면제도 폐지

“제조업 침체 우려”vs“시장 진입 기회”

기사입력 : 2025-03-12 20:52:49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신호탄인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12일부터 발효되자 경남지역 업계에서는 위기감과 기대가 상존하는 모양새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 이날 오후 1시 1분(미국 동부 기준 12일 오전 0시 1분)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의 모든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첫 사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1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1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대한민국은 연간 263만t의 수입 상한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조치로 이 같은 예외와 관세 면제는 원칙적으로 전부 사라졌다. 여기에 더해 관세 적용 대상에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253개 파생제품도 포함됐다.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곧바로 25% 관세가 적용됐고,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은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가 있을 때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된다.

경남 소재 철강과 알루미늄을 다루는 기업은 500여 개, 이 중 수출 기업은 80여 개가 있다. 경남도는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봤을 때 미국의 이번 관세로 인해 경남의 수출기업은 8700만달러(약 1260억원)의 수출 감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는 전망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단기적 영향은 불가피하나 중장기적으로는 기회 요소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관세가 모든 국가에 적용되고 우리는 수출 쿼터가 사라지면서 미국 시장 진입 여력이 더 생긴다는 해석이다. 그간 쿼터는 사실상 대(對)미 수출 상한 물량으로 적용돼 왔기 때문이다. 또 철강,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은 경쟁에서 제외될 것이고 엔저 효과가 완화되면 일본과도 경쟁을 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도내 경제계 관계자는 “쿼터제 적용은 국내 일부 수출 기업만 이익을 보는 구조였다. 쿼터가 폐지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미국 기업과도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 철강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은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반대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물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원 소재 전기차용 배터리의 알루미늄 압출 부품 기업 알멕의 박수현 회장은 “미국 제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이 같은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 상승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어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며 “미국 내 중국 물량이 배제될 수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기적인 우리 제조업 침체다. 미국은 관세 부과를 지렛대 삼아 자국 내 제조업 부활을 꾀하고 있고 지난 바이든 정부 때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철강,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이미 철강 대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수현 회장은 “우리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지속될수록 대한민국 제조업의 성장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국내 제조업을 살리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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