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신청’ 홈플러스, 최대 할인행사 연장 ‘고객몰이’
‘홈플런’ 2주 연장에 손님 북적
업계, 현금 확보 전략으로 해석
신용등급 강등 사전인지에도
채권 발행해 투자자 피해 논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최근 논란과는 다르게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금 확보를 위함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13일 찾은 창원의 한 홈플러스. 평일 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과자류는 1+1행사를 해 인기를 끌었으며, 일부 채소류는 반값에 팔아 고객들이 많이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신모씨는 “지역 커뮤니티에 홈플러스가 아주 싸다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아이들 과자가 1+1행사를 해 사러 나왔다”며 “홈플러스가 위기라는 뉴스는 봐서 알지만, 구매자로서는 싼 제품을 살 수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손님들이 확 늘었다. 대대적인 세일 행사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제품은 동이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다수 고객이 홈플러스를 찾는 이유는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홈플런’ 때문이다. 원래 홈플런 행사는 지달 28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됐지만, 이날부터 2주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장한 가운데 13일 홈플러스 창원점을 찾은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성승건 기자/
14일까지는 ‘캐나다산 보먹돼’ 삼겹살·목심을 100g당 990원에,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15~16일 ‘농협안심한우 전 품목’과 ‘휘라 노르웨이 생연어 구이용·횟감용’을 반값에 선보인다. 각종 채소류는 반값에, 각종 식재료·과자들은 1+1에 판매한다. 봄나물과 도다리, 전복 등도 특가에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가 세일 행사를 2주 연장하기로 한 것도 현금 확보 전략으로 해석된다. 납품사 이탈, 판매 물품 부족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출 증가로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현금 확보를 위해 갑자기 행사를 연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악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미리 알고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기습 신청하기 직전까지 단기 채권(CP·전단채)을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13일 보도자료에서 “지난 2월 25일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등급 한 단계 하락 예비 평정을 접하고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27일 늦게 최종 하락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등급 강등을 사전에 몰랐다”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강등 직전인 2월 25일에도 82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홈플러스의 CP·전단채는 회생절차 개시로 신용등급이 ‘D’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난 4일 기준 발행 잔액은 1880억원에 달한다. 신영증권 등 일부 발행 주관사는 홈플러스와 MBK가 투자자 피해를 예견하고도 채권을 팔았다며 형사고발 검토에 나섰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 규모가 급격히 줄어 3월 4일 긴급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며 “예비 평정 통보 이전에 이미 채권 발행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조만간 검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에서 “최소 범위에서 검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 카드대금 채권을 유동화한) 전단채 판매 문제나 리테일로 팔린 부분 등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수집을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 주 중으로 한번 계획을 짜서 금융위에 보고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준혁 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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