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배운 ‘베풂의 가치’… 아이들에게 ‘가치 있게’ 쓸게요
초록우산을 펼친 사람들 ① 이승주 비손금속 대표
경남신문과 초록우산이 2025년 지면을 통해 ‘초록우산을 펼친 사람들’ 캠페인을 시작한다. 올해 캠페인은 다양한 모습으로 아동을 위한 나눔에 참여하고 있는 후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아원서 늦둥이 딸 입양한 아버지 보며
자연스레 아이들 돕고 싶은 마음 커져
2011년 초록우산 정기후원 시작으로
신발 선물·학업중단자 복귀 지원 이어가
올해 아이리더·자립준비청년으로 확대
“올바른 길 안내하는 게 어른의 역할
누군가의 길 비춰주는 나눔 실천하고파”
‘초록우산을 펼친 사람들’ 첫 번째 순서로, 가족의 마음으로 아동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는 이승주(43) 비손금속 대표를 만났다.

이승주 비손금속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초록우산 마스코트인 초뭉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버지 일생 통해 베풂의 가치 알게 돼= 이승주 대표가 나눔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아버지에게 있다. 아버지는 어릴 적 친모가 재혼하면서 고아원에 버려졌다.
그럼에도 자수성가해 다시 친모를 받아들였고, 고아원에서 늦둥이 딸을 입양해 부족함 없이 키워냈다. 아버지 곁에서 함께 일하는 이 대표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제가 어느 정도 크자 숨겨뒀던 일화를 말씀해 주셨어요. 과거 고향에 갈 때마다 고아원에 잠깐 들렀던 행동들이 하나씩 이해되더라고요.”
이 대표는 아버지를 통해 관용과 사랑의 힘으로 스스로 관계를 형성할 때 느껴지는 따뜻함을 알게 됐다. 또 사업가로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베풂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다.
살아오며 어렵게 성장했던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한 가족이 된 늦둥이 여동생을 봐왔다. 자연스럽게 어려운 아동과 청소년을 돕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됐다. 어릴 적부터 다녔던 교회도 큰 영향을 줬다.
“부모,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를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데 있다고 봐요. 저도 부모님의 헌신을 받고 어른이 됐어요. 이제는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부모는 아니더라도 삼촌은 되자며 봉사하고 있어요.”
◇신발 주는 삼촌이 느낀 유대감= 이승주 대표는 2011년 초록우산 정기후원을 통해 나눔을 시작했다. 당시 1982년생 동갑인 추신수 야구선수의 나눔 활동이 자극이 됐다.
“정기후원이 편하니 처음은 그렇게 시작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회 환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단발성으로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후원을 계속 생각했어요.”
2016년 아내와 고민 끝에 찾아간 곳은 부산에 있는 아동양육시설 애아원이었다. 애아원은 이 대표가 부산에서 해군으로 복무할 때 아이들이 위문공연을 왔던 인연이 있다. 당시 애아원 아이들의 모습은 이 대표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태였다.
애아원을 찾아간 이 대표는 70여명의 아이들에게 유명 브랜드 신발을 하나씩 선물했다. 다음 해 연말에도 반복했다. 아내의 캘리그라피 손편지와 함께 전달된 새 신발에 아이들은 감사함을 보냈다.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의 신발이 더 예쁘다며 다툰 것이다. 소식을 들은 이 대표는 고심에 빠졌고 결정을 내렸다.
“4개 그룹으로 나눠서 신발 매장에 같이 갔어요. 시간은 더 들겠지만 아이들이 직접 신발을 고르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신발 후원은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도 이제는 이 대표를 삼촌이라 부르며 살갑게 다가온다. 이 대표는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 느끼는 유대감이 좋다. 애아원을 갈 때면 자식들도 동행해 베풂을 알려준다.
◇아이들 길 비춰줄 빛 되고파= 이 대표는 이외에도 학업중단자 복귀 지원을 하고 있는 부산 틴스토리에도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 아이들을 보면 어른의 역할을 다시 상기한다. 사랑을 주고 보듬어야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아를 확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초록우산에 1억원을 약정하며 아이들에 대한 후원을 확장하게 됐다. 꿈을 향해 달리는 아이리더 2명을 후원하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도 참여했다. 향후 후원의 단계를 높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한 명의 어른으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줄 수 있다면 꼭 나눔을 실행할 것이라 말했다. 모든 생명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 현실에 부딪혀 그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다.
비손금속은 1980년 김해에서 창립한 금 추출·정련 전문기업이다. 40여년 업을 이어온 업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이 대표는 2019년부터 기업을 이끌고 있다. 전국의 세공업체, 금은방과 연계해 원자재를 납품한다. 최근에는 골드바도 납품하고 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