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경제의 중심 골목상권을 살리자
자영업자들은 지금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경남신용보증재단이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건수가 2022년 2403건에서 2024년 1만1986건으로 급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최근 5년간 경남에서 폐업한 음식점이 1만 개나 되고 지난해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77만6700명으로 전년도보다 4만2000명(5.13%)이나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전국 1월 자영업자 수도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자영업자를 상징하는 ‘골목상권’이 처참하게 무너진 결과다.
골목상권 초토화는 소매유통시장 생태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시작됐다. 과거 소매유통의 최강자였던 대형 마트조차 유통 경로를 장악한 거대 플랫폼에 주도권을 넘긴 지 오래됐다. 온라인 쇼핑이 편의성과 빠른 배송을 앞세워 오프라인 시장을 파고들어 자영업자가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수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생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임대료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고, 골목상권에서 돈이 돌 수 있도록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등 다양한 소비 진작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자영업이 무너지면 당장 지역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경남도가 2023년부터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차 연도에 선정된 남해 삼동면 지족 구거리(3월 4일자 보도)는 20여곳의 카페와 식당, 소품숍이 생기면서 젊은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정책 지원을 확대하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골목상권은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을 갖고 있다. 그 잠재력에 힘을 실어주면 지역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혁신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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