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까지… 장애인·고령 노동자 임금 상습 착취한 사업주 구속

기사입력 : 2025-03-23 16:17:39

장애인과 고령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주고선 가짜통장까지 만들어 최저임금 이상으로 지급한 것처럼 속여 장애인 고용장려금까지 타낸 사업주가 구속됐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장애인 12명을 포함한 노동자 22명의 임금·퇴직금 등 2억 8000여만원을 체불한 병원 의류 세탁업체 사업주 A씨를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고도 장애인 명의의 별도 통장(대포통장)을 만들어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한 허위 내역을 꾸며낸 뒤 이체확인증을 장애인고용공단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받았다.

이체된 돈은 본인이 당일 현금으로 모두 출금해 빼돌렸다. 이 같은 수법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A씨가 지원받은 장애인 고용장려금은 4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특히 지적 장애가 심하거나 고령의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점을 악용해 임금을 드문드문 지급했고, 이마저도 최저임금의 절반가량만 줬다. 범행에는 A씨의 배우자도 가담했다.

A씨는 양산지청이 2022년 실시한 사업장 근로감독에서 연장, 휴일근로 가산 수당 63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시정지시를 받자 대포통장 등에 입금한 후 이체증을 제출해 시정이 완료된 것처럼 하기도 했다.

장애인에게 이체한 금액은 모두 다시 인출해 챙겼고, 비장애인 노동자들을 속이거나 강요해 이체된 임금을 반납받는 등 근로감독 업무도 방해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임금체불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자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장애인 노동자들을 찾아가 사건 취하를 강요하거나, 백지 쪽지에 서명날인을 받아 가는 등 증거 인멸까지 시도해 구속에 이르렀다.

권구형 지청장은“"임금체불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근로자와 부양가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민생범죄이자 근로자가 제공한 노동의 가치가 부정되는 인격권 침해”라며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착취, 인권 침해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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