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 (13) 창녕 남지묵집식당과 남마뮤지엄

묵, 묵이 입맛 사로잡고 木, 木은 눈길 붙잡는다

기사입력 : 2025-03-06 21:46:33

창녕은 수양벚꽃이 아름다운 영산 만년교, 낙동강 유채축제, 개비리길을 비롯해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산토끼 노래동산, 우포늪 생태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창녕과 함안 사이 낙동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근대식 트러스 구조 남지철교도 있다. 남지철교는 1994년까지 사용하다 현재는 새로운 철교로 차량이 지나다니며 옛 철교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용산마을에서 영아지 마을까지 낙동강을 끼고 있는 옛길로 강가 절벽에 난 길이라는 뜻을 지닌 개비리길이 있다. 조선시대 고지도에도 옛길로 기록되어 있는 유서 깊은 벼랑길이다. 소금과 젓갈을 팔던 등짐장수와 인근 주민들의 생활 길로 애용되었다. 벼랑길에서 조망되는 낙동강의 경관과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낙동강변에는 메밀을 재배하였고 묵집이 많았다고 한다. 오늘은 남지묵집에서 시인의 한끼를 나눴다.

메밀묵에 미나리, 김치, 김가루와 양념을 곁들여 건강함을 맛볼 수 있는 묵밥./옥영숙 시인/
메밀묵에 미나리, 김치, 김가루와 양념을 곁들여 건강함을 맛볼 수 있는 묵밥./옥영숙 시인/

우포지킴이 강병국 시인·남지살이 정이경 시인과
낙동강변 개비리길 돌고 남지묵집서 소박한 한 끼
구수한 메밀묵·탄력 있는 식감 뽐내는 도토리묵
삼삼한 묵밥·창녕 별미 ‘빨간 밥’ 등 건강함 가득


◇우포늪지킴이 강병국 시인과 남지살이 정이경 시인

진해 출신이면서 남지에서 40년 남짓 생활하는 정이경 시인과 함께 개비리길을 걸었다. 창녕이 자랑하는 우포늪지킴이 강병국 시인과 동행하였다.

강병국 시인은 일반 환경단체와 달리 오직 우포늪만을 주제로 하는 생태연구모임으로 1997년 10월에 창립된 (사)푸른우포사람들 부회장을 맡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로 국제신문 재직 당시 한국기자협회 선정 한국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 일경언론문화재단이 선정한 일경언론상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우포늪〉, 〈한국의 늪〉, 〈늪은 누가 만들었나〉를 비롯해 소설 〈팔미라〉 외 많은 책을 펴냈다. 우포시조문학관장을 역임했으며 〈좋은시조〉 신인작품상으로 시조시인으로 문단에 나왔다.

정이경 시인은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심상〉지로 1994년에 등단, 〈창녕문학〉 편집장을 지냈고, 시집 〈노래가 있는 제국〉, 〈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를 발간했다. 경남시인협회상과 이병주경남문인상, 올해의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정이경 시인은 한때 창녕군 다문화가정 한글교사 제1호로 보람차게 일하다 지금은 경남문학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몸을 움직여 얻는 최고의 희열은 여행이라는 정 시인은 자연을 몸소 체험하고 느끼고자 킬리만자로, 안나푸르나 등 고산등반도 마다하지 않는다. 페루의 마추픽추,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을 등반하는 시인에게 개비리길은 동네산책 수준이었을 것이다.

◇개비리길을 돌아 남지묵집으로 향하다

꽃샘추위가 꽃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통도사 자장매가 개화 소식을 알려오고 선암사 선암매도 꽃을 피우려 서두른다는 삼월 초입이다.

용산리 주차장에서 마분산 정상을 돌아 영아지 주차장을 거쳐 낙동강 절경을 따라 조성된 옛길을 걸었다. 두 시간 삼십 분 남짓한 도보 코스다. 자연경관과 옛길이 조화롭게 만들어낸 인문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2021년 국가지정 문화유산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적당히 흐른 땀에 시장기를 채우는 토속적인 메밀묵밥으로 남지묵집에서의 점심이다.

과거에는 한밤중 골목길에서 종소리를 울리며 메밀묵~ 찹쌀떡~하며 야식을 팔던 행상이 있어 겨울밤의 낭만이었다. 찹싸아알 떠억~ 메미이일 무욱~하던 소리를 MZ 세대들은 알기나 할까. 대중적인 밤참, 야식으로 팔았는데 요즈음은 보기 힘든 광경이다. 묵은 전분이 주성분이라 자체로는 특별한 맛이 없지만 향이나 질감이 독특해 각종 채소와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면 별미다.

남지철교가 시작되는 둑길 좌측 편에 위치하는 남지묵집식당. 창녕군 남지읍 남지강변길 154. 월요일은 휴무다. 창녕 남지맛집으로 남지묵집은 묵밥, 메밀전병, 메밀전, 메밀만두, 묵무침, 묵모를 판매한다.

남지묵집의 쫀득한 메밀전.
남지묵집의 쫀득한 메밀전.

우리는 묵밥에 메밀전이며 메밀전병과 식기를 시켰다. 메밀묵은 메밀전분을 이용하여 굳힌 것으로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예부터 가난한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식품이다. 탄력 있는 젤리 감촉 같은 도토리묵은 특유의 식감과 소박한 맛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굉장히 좋아한다. 경상도에서는 메밀묵으로 탕평채를 흉내 낸 태평초라는 김치와 돼지고기 메밀묵 등을 볶아서 먹는 음식이 있다.

메밀전병
메밀전병

묵밥은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묵밥은 묵사발로 따뜻한 육수에 채 썬 메밀묵에 미나리와 김치, 김가루와 양념이 어우러져 삼삼하다. 부담 없이 후루룩 들이켜도 좋은 건강한 맛이다. 공깃밥도 곁들여 나온다. 묵밥은 온육수와 냉육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취향에 따라 조금 먹다가 밥을 넣어서 국밥처럼 먹어도 좋다.

기본 찬으로 김치, 깍두기, 양파와 풋고추가 나왔다. 메밀전병은 실하게 들어있는 속 재료들로 김칫소를 넣은 만두 같은 식감이다. 식혜는 단술이고 식기(식해)는 이 고장 남지말로 빨간 밥을 말한다. 식해는 지방마다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남지묵집의 식해는 진미채나 황태 같은 건어물에 고춧가루와 감주를 넣고 발효시킨 음식이다. 달달하면서 상큼한 맛이 난다. 창녕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빨간 밥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별미라고 한다.

건어물에 고춧가루와 감주를 넣고 발효시킨 창녕의 별미‘빨간 밥’.
건어물에 고춧가루와 감주를 넣고 발효시킨 창녕의 별미‘빨간 밥’.

메밀전은 메밀가루에 부추, 양파, 당근을 곁들여서 맛을 내는 부침개다. 쫀득하면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건강한 맛이다. 양념장 없이 그냥 먹어도 도톰하고 묵직한 식감이 좋았다. 묵무침은 메밀묵에 상추와 파, 당근 등 계절에 맞는 채소를 가미해서 갖은 양념으로 한 무침을 말한다.

녹두묵이 양반 음식이라면 메밀묵과 도토리묵은 서민 음식이다. 메밀은 비료나 농약 없이 자연적으로 잘 자라는 유일한 100% 무공해 곡식이다.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여 기력을 높이고 오장의 노폐물을 없애주고 통풍을 그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남지 처녀는 모래를 서 말이나 먹어야 시집간다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는 강바람과 모래바람이 심한 곳이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것이 메밀이다. 예전에는 강변을 따라 묵집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남지묵집만 남아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멋진 소나무로 입소문 나무 박물관 ‘남마뮤지엄’
낙동강변 보며 커피·디저트 즐기는 복합문화공간
야외테라스·포토존·이벤트 공간 등도 갖춰 눈길
창녕 특산물로 만든 양파빵·수제 에이드청 일품


멋진 소나무와 어우러져 운치를 뽐내고 있는 남마뮤지엄 전경./옥영숙 시인/
멋진 소나무와 어우러져 운치를 뽐내고 있는 남마뮤지엄 전경./옥영숙 시인/

◇나무 박물관 남마뮤지엄(Namma Museunm)

남지철교는 낙동강 위로 솟는 새해맞이 일출행사가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일출 맛집이다. 한국전쟁의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전쟁의 상흔으로 포탄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 주변이 정화되면서 4월이면 창녕낙동강유채축제가 펼쳐진다. 전국 최대 규모(110만㎡)의 유채 단지에서 유채꽃이 만발하면 낙동강의 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여행 왔다가 쉬어가는 주차장이 넓고 야외공간도 있는 대형 카페가 있다.

남마뮤지엄(Namma Museunm). 창녕군 남지읍 남지강변길 100. 미술관일까 카페일까. 남마뮤지엄은 남지철교와 낙동강변을 조망하는 전망 좋은 대형 카페다. 커피나 디저트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고객들이 편안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나 공간 디자인이 넓다.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정원은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넘어 야외테라스, 포토존, 이벤트 공간으로 고객에게 대중적인 만족감을 안겨 준다.

음료를 주문하기 전 같이 먹을 디저트 빵을 골랐다. 바질 브레드, 쿠키, 타르트, 인절미 크림빵, 크림치즈 먹물빵, 브라운 치즈 크루아상 등 다양한 빵이 있어서 선택장애를 만났지만 창녕양파빵으로 일치했다. 피낭시에와 딸기케이크, 마늘러스크도 주문한다. 넓은 공간에서 즐기는 맛있는 음료와 빵이 있어 즐겁다.

남마뮤지엄서 맛볼 수 있는 창녕 특산물로 만든 양파빵(왼쪽부터),
남마뮤지엄서 맛볼 수 있는 창녕 특산물로 만든 양파빵(왼쪽부터),

시그니처 메뉴로 남마솔트라떼는 달콤한 크림과 짭조름한 소금맛 라떼로 인기 있다. 남마에이드는 백향과 키위, 자몽, 3가지 청과 얼음이 들어간 에이드다. 지난해부터 출시한 빙수로 망고빙수와 딸기빙수가 반응이 좋다. 단연 창녕 특산물로 만든 양파빵이 인기 있다. 고소한데 쫄깃하고 달달한 양파의 식감이 구미를 당겼다.

딸기스무디·남마솔트라테
딸기스무디·남마솔트라테

베이커리를 시작하면서 샌드위치를 하고 싶었는데 밥이라는 인식이 강해 호불호가 거의 없는 마늘빵이 생각나서 식빵으로 만들어본 마늘러스크다. 창녕양파빵은 40년간 제빵기술자로 일하신 분을 대구에서 모셔와 2년간 근무하면서 메뉴 개발을 하였다. 양파빵을 만드는 과정에 숱한 시행착오로 양파를 굽거나 익혀서 해보다가 생양파가 가장 식감아 좋았다. 정직하고 오롯한 제빵사 덕분에 개발된 양파빵을 전수받아 시그니처가 되었다.

에이드청은 손수 만들어 사용한다. 카페에서 먹는 음료 중에서 우리 몸에 가장 맛있고 좋은 재료는 설탕이라고 한다. 원재료와 순수하게 가미된 설탕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맛은 공장에서 나오는 감미료가 첨가된 기성제품에 익숙하다. 소비자가 좋아하니 타협을 하게 되고 괴리감이 생기지만 방부제나 다른 첨가물 없이 오롯이 원재료로 승부를 하는 남마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고 한다. 장사는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이익을 창출하지만 정직한 사람은 힘들고 고된 일이라고 한다. 카페라는 특성상 오래 머무는 장소인 만큼 회전율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장을 채우는 사람이 인테리어 구실을 한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손님이다.

다양한 베이커리와 쿠키.
다양한 베이커리와 쿠키.

오후가 되면 베이커리 할인행사를 한다. 오후 6시면 카드는 30%, 현금은 50% 할인행사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재고를 소진해야 다음날 신선한 빵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마는 남지와 마산의 약식명인가 궁금하였는데, 남마는 따뜻한 남쪽마을이라는 남지의 옛 지명 동네 이름이다. 남마뮤지엄은 굳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면 자연 친화적인 테마를 가진 나무박물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 현대적인 대형 카페로 전망 좋은 뷰가 관심이고 중년의 사람들은 입소문으로 소나무 구경을 위해 찾아온다. 수종을 헤아릴 수 없지만 탱자나무는 수령 150년이라 하얀 탱자꽃이 피면 장관이다. 남편이 태어났을 때 심었던 사과나무도 수령이 60년을 넘기니 꽃이 아름답다. 특히 영산홍, 라일락, 서부해당화가 피면 황홀하리만큼 설렘을 준다. 새순이 돋고 꽃피는 봄날이 기대되는 남마뮤지엄이다.

아름다운 개비리길과 사연이 많은 남지철교를 걸었고 남지묵집과 남마뮤지엄에서 맛과 향을 채운 건강한 날이었다.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펼쳐질 꽃소식에 벌써부터 설레는 다음 발걸음이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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