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합포해전지 논란 해결 방안- 이봉수(이순신전략연구소장)

기사입력 : 2025-03-11 19:25:13

경상남도가 이순신승전길 조성사업을 시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合浦)’인지 ‘진해 학개(학포·鶴浦)’인지에 대해 명확한 고증 작업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라는 주장은 1970년대에 노산 이은상과 해군사관학교 조성도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고, 필자도 2021년에 같은 내용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한 바 있다. 그런데 근자에 일부 연구자들이 합포해전지는 마산 합포가 아니고 진해 학개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라는 측은 신라 경덕왕 이래 합포라는 지명이 유지되고 있는 곳은 마산밖에 없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료가 넘쳐난다고 한다. 진해 학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지명으로, 1950년대 이후에 생겨난 작은 어촌마을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진해 학개가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는 측은 이순신 장군은 ‘웅천땅 합포(熊川地合浦)’에서 해전이 있었다고 했고, 조선수군이 거제도 북단의 영등포에서 오후 4시 무렵에 적을 추격하여 해전을 치를 수 있는 곳은 진해 학개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안방준의 ‘은봉전서’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다.

여기서 우리는 ‘웅천땅 합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순신 장군은 조정에 올린 장계에서 합포해전 장소를 ‘웅천땅 합포 앞바다(熊川地合浦前洋)’라고 했지, ‘웅천땅 합포(熊川地合浦)’라고 하지는 않았다. 전양(前洋, 앞바다) 두 글자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필자는 논문에서 합포전양(合浦前洋)을 마산만 일대로 보고 구체적인 전투 장소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대 사람인 안방준이 전해 들은 이야기를 개인 문집으로 남긴 은봉전서 기록은 당대 현장 지휘관이 남긴 이순신의 장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백 번 양보하여 은봉전서 기록이 맞다고 해도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지명인 진해 학개는 합포해전지가 될 수 없다.

경상남도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학술세미나를 조속히 열어 양측 간의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이순신승전길 사업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봉수(이순신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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