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비판 확산

글로벌 방산 도약 위해 이사회 결의

해외 현지 공장 설립 등에 사용 예정

주가 13% 급락… “주주 배려 안해”

기사입력 : 2025-03-23 11:40:18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할 목적으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회사는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Top Tier)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배정일은 4월 24일, 구주주 청약은 6월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 9~10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중 1조6000억원을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9000억원은 국내 추진장약 (MCS) 스마트 팩토리 시설,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 자금 확보 필요성으로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방위력 강화 정책에 따라 방위비 증가 및 대공·포병·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수요 증가를 꼽았다. 유럽과 중동 등에서 단순 무기 구매보다는 현지 생산 투자를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을 선호하기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유럽 방산 블록화’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단시간 내에 현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절실해졌다고 회사는 밝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서도 8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해양방산 및 조선해양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및 입지 확대를 위해 한국의 거제 옥포 조선소-미국의 필리 조선소-싱가포르의 다이나맥 조선소를 연계한 멀티야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에 대한 최근의 전략적 지분투자와 같이 추가적인 해외 조선 시설과 지분 투자를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도 3000억원을 투자해 양산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하한가까지 밀린 데 이어 지난 21일 13.02% 급락 마감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나 제3자에게 돈을 받고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어서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마련이다. 이날 온라인 주식 토론장에는 “뒤통수 맞았다” 등의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도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주주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등의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화오션의 지분 추가 확보 땐 회사 자금을 이용했으나 투자에는 주주 자금을 이용하는 유상증자의 방식을 사용하며 비판 여론도 더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다. 또 기업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다는 비판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기록했다.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32조400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4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단기적 주가 하락 우려에도 글로벌 투자은행 사이에서는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생산 기반 확대,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확보, 수출 역량 강화 등에서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은 48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매수키로 했다. 회사는 책임 경영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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