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출신 김인배 작가 유고집 발간

‘이상하고도 야릇한…’ 타계 6년 만에 햇빛

기사입력 : 2025-02-13 08:04:03

생의 끝자락까지 펜을 놓지 못했던 삼천포 출신의 천상 소설가, 고 김인배 선생의 유고 소설집 ‘김인배의 이상하고도 야릇한 여섯 편의 이야기’가 최근 출간됐다. 그가 떠난 지 6년 만이다.

책은 ‘달의 숨바꼭질’, ‘달빛재 너머 바닷가 외딴집’, ‘환(幻)의 누항(陋巷)’, ‘홀로 흔들리는 풀’, ‘그 덤불숲’, ‘존재의 변명’ 등 여섯 가지 소설을 엮었다. 저자가 떠난 까닭에 이 책에는 어쩔 수 없이 ‘유고집’이라는 이름이 붙으나 실은 저자 본인이 의도했던 작품집이다.


그가 떠난 건 2019년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선생은 그 전해인 2018년 10월 18일에 다음과 같은, 이 책의 서문을 썼다.

“금년(2018년)은 개인으로서는 문단 경력 43년을 결산하는 소설집이 출간되는 경사를 맞이하게 된 해다. 오래 별러오던 장편 역사 소설 ‘열린 문, 닫힌 문’이 출간되었다. 또한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책은 내년 봄에 출간 예정으로 있는 이 중편 소설집이다.”

그가 이미 지병으로 수차례 독한 항암을 견디던 때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저자가 생의 마지막에 걸터앉아 돌보던 자식이다. ‘이상하고 야릇한~’이라는 제목 역시 그가 정한 대로다.

앞선 서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에 담긴 여섯 개의 원고들은 그가 떠나기 전인 2018년 이미 출판사에 넘겨진 상태였는데, 이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이 책의 평론을 서울대학교 영문과 장경렬 교수에 부탁했고 그 기한은 2019년 봄까지였으나, 선생의 병세가 급격하게 나빠진 까닭에 출간은 미완으로 남았던 것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작가의 동생 김도숙 수필가와 그를 기억하는 문인들의 의지로 이 소설집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의 말대로, 이 책은 이상할 것도 야릇할 것도 없어서, 이상하고도 야릇한 이야기다. 그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작가 김인배가 자신의 이번 작품들을 ‘이상하고도 야릇한 이야기’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면서 “그의 이야기는 이상할 것도 없고 야릇할 것도 없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목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우리네 인간의 삶 자체가 있는 그대로 이상하고 야릇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작가는 1975년 ‘문학과 지성’의 장르 불문 제1회 공모에서 ‘미완의 대기(大器)의 가능성을 숨겨온 신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문단에 들어섰다.

그 스스로는 ‘대기의 가능성’보다는 ‘미완’이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으며 평생 스스로에게 무거운 족쇄를 채우고 살았다.

마지막 남긴 서문에서도 “이번엔 정말이지 ‘미완’이란 전제 조건을 떼어내고 내 어떤 소설과 부합될지 고대해 본다”던 그다. 자신의 문학을 완성시키려던 천상 소설가의 43년 끝없는 노력이 이 책에 담겼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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