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예술인 6·25전쟁 중 만든 영화 ‘낙동강’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양산 등 배경으로 전쟁 참상 고발
삽입곡은 윤이상 작곡 이은상 작사
실제 전투장면 담겨 역사가치 높아
국가유산청 ‘돈’‘성춘향’ 등도 등록
6·25전쟁 당시 경남과 부산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전쟁의 참상을 알린 영화 ‘낙동강(1952, 감독 전창근)’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국가유산청은 13일 영화 ‘낙동강’을 포함해 한국 근현대 영화인 ‘돈’, ‘하녀’, ‘성춘향’과 ‘칠곡 구 왜관성당’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수운교 삼천대천세계도’를 등록 예고했다고 밝혔다.

영화 ‘낙동강’의 스틸컷. /네이버 영화 갈무리/
영화 ‘낙동강’은 부산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향토문화연구회’가 경남도청 공보과의 후원을 받아서 제작했다.
영화 삽입곡 ‘낙동강’은 전시작곡가협회 사무국장이었던 통영 출신 윤이상이 작곡하고, 마산 출신 이은상이 작사했다. 또 광복군 제2지대 선전대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한형석 선생이 영화의 기획·재무에 참여하고, 전후 KBS 교향악단 초대 상임 지휘자를 지낸 임원식이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았다. 당시 합창은 경남고, 부산고, 경남상고, 경남여고, 부산여고 재학생들로 구성된 부산합창단이 맡았다.
‘낙동강’에는 윤이상이 유일하게 남긴 영화음악이 포함돼 뜻깊다. 윤이상이 작곡한 주제가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가사는 ‘굽이굽이 이 강 위에서 조국을 구하려는 정의의 칼로 반역의 무리를 무찔렀나니, 오! 낙동강, 낙동강’ 등으로 의지를 다지는 내용이다. ‘낙동강’에 사용된 음악은 윤이상 작곡가의 미발표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와 주제 선율이 유사하다. ‘낙동강의 시’는 2017년 발견된 윤이상의 자필 악보로 1956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 '낙동강'의 스틸컷. /네이버 영화 갈무리/
영화는 낙동강 인근인 양산과 부산 등을 배경으로, 내용은 낙동강 변의 농촌 마을 출신인 이택균이 고향으로 돌아와 교사이자 애인인 지애와 협력해 무지한 마을 사람들을 일깨워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전쟁의 비극적 참상을 고발하고 남녀 주인공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전시 계몽 영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44분 분량을 가진 이 작품은 실제 낙동강 전투 장면이 담겨져 역사적 가치가 높다.
낙동강은 지난 1952년 2월 14일 문화극장의 시사회에 이어 같은 달 23일 부민관에서 정식 개봉했다. 전쟁 당시 3년간 부산에서 제작된 극영화 5편 중 하나다. 원본 영상은 영화 상영 이후 소재가 묘연했으나, 최근 영상을 확보한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복원을 거쳐 지난해 4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70년 만에 다시 상영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영화는 6·25전쟁 낙동강 전투 장면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며 전시 상황에서도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은 당대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