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탐구하는 ‘여성의 언어’
시 쓰기 모임 ‘시럽’, 내달 1일 창원 가든라이브러리서
‘장혜령 시인과 함께하는 딕테 낭독극&북토크’ 진행

미술과 문학, 행위예술 등 올라운드 아티스트(all-round artist)로 일찍이 여성의 언어를 관통하고자 했던 1.5세대 재미작가 차학경(1951~1982)의 책 ‘딕테’(사진)를 탐구하는 시간이 창원에서 마련된다.
마산의 시 쓰기 모임 ‘시럽’은 오는 3월 1일 오후 7시 창원 중동 브릭커스커피 건물 9층 가든라이브러리에서 ‘장혜령 시인과 함께하는 딕테 낭독극&북토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1982년 11월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던 ‘딕테’는 어머니와 유관순, 잔 다르크, 성녀 테레즈 등을 소환하며 여성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딕테’란 ‘받아쓰기’라는 뜻의 프랑스어. 책은 역사에 기록됐거나 또는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애써 말하지 못한 목소리를 받아쓰면서 탈식민주의문학, 페미니즘문학, 소수자문학의 ‘컬트 클래식’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딕테’는 40년이 흐른 지금 시대의 주요 담론인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는 까닭에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북펀딩으로 문학사상에서 20년 만에 재출간됐다.
‘딕테’는 문학이지만, 문학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이뤄져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 텍스트적으로 구성된다. 분명 책이지만 점프 컷 등 다양한 영화 편집 기법을 차용하며 영상과 책, 영화와 문학의 경계에서 마치 아트북을 떠올리게 한다.
차학경 작가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열한 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UC버클리에서 비교문학과 미술을, 프랑스 파리에선 영화를 공부하고 미술, 영화, 행위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딕테를 출간한 지 3일, 불의의 죽음을 당해 차학경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되었다. 이날 자리의 진행을 맡은 장혜령 시인은 ‘딕테’의 오랜 독자다. 2004년 우연히 샀던 책은 그에게 2020년 소설 ‘진주’를 쓸 수 있는 영감이 되기도 했다고. 1부는 장혜령 시인의 ‘딕테’ 낭독으로 이뤄진다. 2부에선 차학경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 대한 강연과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이번 창원에서의 낭독극&북토크 행사는 ‘시럽’ 회원인 서고운 씨에 의해 이뤄졌다. 그는 지난 12월 ‘딕테’ 재발간을 기념하며 서울 알라딘 빌딩에서 열렸던 북토크에 참석해 장혜령 시인에 “지방에서도 이런 강연과 퍼포먼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행사 참석은 구글폼(docs.google.com/forms/d/e/1FAIpQLSdo-TPCdunriuL6y0k0_dafIm7RfZNCGL0_V7MGdQvD1RyuEg/viewform)으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2만원.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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